동네 뒷산에 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큰 나무 하나가 밑동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결같은 배경 속의 일부,
그저 한 그루의 나무였기에
단 한 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마음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렇게 무심코 지나쳤던 곳인데
오늘은 잘려나간 나무 앞에서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묵념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겹겹이
속일 수 없는 세월을 증명하는
나이테를 보고 있노라니
속일 수 없는
사람의 주름과 인상 같다.
잘려나가 밑동만 남은 나무처럼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지니게 될
사람이 생각났다.
이 해에는 크게 성장했구나,
몇 년간은 쭉 좌절했었네,
굴곡졌었네,
다시 꾸준히
한 해 한 해 잘 살아갔었네.
동화 속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밑동만 남은 나무, 그 나이테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의 기록을 보이고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사람의 기록까지
보여주며 떠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