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데이트하기로 한 날, 맛있는 막국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점심시간 전에 어머니를 모시러 시댁에 갔습니다.
외출준비를 하시는 어머니를 기다리는데 제 점퍼의 단추 하나가 덜렁거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머니, 실하고 바늘 좀 주세요."
어머니께서는 반짇고리 하나를 가져다주셨습니다. 세월이 잔뜩 묻은 실과 바늘뿐만 아니라 골무와 줄자, 온갖 단추들과 똑딱이 그 밖에 바느질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담긴 반짇고리였습니다.
어머니의 세월은 꿰맬 것이 많은 세월이었을까요?
저희 어머니는 일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입니다. 가족들에게 실과 바늘 같은 존재셨지요.
단추처럼 떨어진 것을 다시 붙이고
구멍 난 양말처럼 터진 것을 꿰매고
벌어진 상처들을 촘촘히, 든든하고 야무지게 기우셨을까요?
어머니의 세월이 느껴졌습니다.
어머니의 반짇고리 앞에서 어머니의 세월에 존경과 감사를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