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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풀포기 앞에서 멈칫

by 김추억
강화도 솔정리 마을에서

너를 잡초라고 하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너를

세상 사람 아무도 몰라서,


황량함 속에 그저 사그라들 네가

너무 아깝고 아까워서,


말없이 한참이나 너를 바라봐 주고 있는 내 마음이

괜스레 서글퍼져서,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의 다섯 가락 전깃줄을

얼른 오선지 삼아 거기에 음표처럼

너를 걸쳐주었다.


너는 그렇게 바람에 춤추듯 흩날리는 노래가 되어

내 귓가에 영원히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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