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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해에게서 독립하다

by 김추억
강화도 솔정리 마을에서


나는 나를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를 의지하고
무언가에 몰두하고
늘 높은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살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듯 해를 봤고
정오의 해를 쳐다보느라
나의 어깨는 뻐근했습니다
저녁해가 질 때까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것은 나의 인생이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고난,
그것은 나의 힘겨운 한숨이었고
그것은 해보다 뜨거운 나의 눈물이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영그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는 비로소 고개를 숙여 나를 직면합니다
알알이 무거워진 나의 씨앗들이 나를 보게 합니다
나를 영글게 했던 해에게서 독립하여
나는 이제 빳빳했던 내 고개를 쉽니다
늘 긴장 속에 굳어있던 내 어깨도 축 늘어뜨려봅니다

나는 이제 나를 봅니다
나는 이제 고개 숙여 내 마음을 봅니다
나를 영글게 했던 지난날에 감사합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거운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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