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고추밭에서

by 김추억


순천 구계마을 어느 어르신의 고추밭에서


고추가 빨갛게 익기까지
사람 손이 얼마나 가는지
대충 얼른 계산해 본다.

땅을 뒤집어 다듬고
비닐을 씌워 풀들 막고
이쁜 모종 사다가 심은 다음
물 주고 약 주고

좀 컸다 싶으면
꺾일까 조심하라고
지지대 옆에 세워주고
서로서로 끈으로 연결시켜 주고

탄저병 번질라
병든 고추 서둘러 일일이 따주고
끝까지 긴장하며
한 해 고추농사 망치는 일 없게
소원하는 일까지.

빨간 고추 따는 일 오죽 고된가.
뙤약볕 속에 고추랑 같이 익어가며
통풍도 안 되는 푹푹 찌는 고추밭에서
모기 뜯겨가며
애매하게 숙인 허리에
아이고 아이고 소리 달고
빨간 고추 딴다.

햇볕에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말린 고추
비 오면 달려가 비 안 맞게 거둬주고
고추농사가 자식농사를 방불한다.
"고추값이 올해 금값이란다"
이런 불평소리 함부로 하지 말자 다짐한다.

빤딱빤딱 투명하고 영롱한
잘 말린 태양초 앞에서
이것이 도대체 사람 손이 얼마나 가는지
대강 계산해 보고
어머니 손 한번 쓱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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