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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by 김추억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것이
사람 눈빛이네요.
마음이 울고 있는 눈빛을
알아채는 내 눈빛이 슬퍼서
나는 눈을 감고 싶어요.

시큰함 같은 것이 올라와
식도를 부식시키기 전에
풀어놨던 첫 단추를 얼른 잠가요.
그래도 외부에서 이미
시큰하게 달아오른 공기들이
목덜미에 타고 흘러요.

슬픈 눈빛을 알아채는 능력을
갖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거저 주고 싶어요
나는 눈이 멀 테지요.
괜찮아요.
세상을 더듬는 편이 낫겠어요.

이미 각인된 슬픈 눈빛은
빛보다 빠르게
내 머릿속을 회전해요.
어지러워요.
시큰함에 부글부글한 속이
얼른 진정되길 바라는데
잠이 깨버린 까만 밤의
초침소리처럼 야속해요

외면하고픈 마음에
가지고 싶은 시력은
무시無視,
보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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