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할 때 더 조심하라고 했던 친구에게 바치는 詩
순창 용궐산<하산할 때 더 조심하라고 했던 친구에게 바치는 詩>
올라갈 때 보다 내려갈 때 더욱 헉헉대는 내 숨소리에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네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심장의 통증을 부여잡았는데
내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걸 아주 오랜만에 알고 반가웠다네
한 걸음 한 걸음 내리막을 걸을 때에 무릎이 후끈하고 삐걱거렸는데 나는 아직 내 도가니 아니, 내 연골이 남아났다는 걸 알고 기쁘고 감격했다네
내리막을 디딜 때마다 골반뼈가 비틀대었는데 골반뼈를 중심으로 상하체의 모든 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이고 있음이 느껴져 무척 신비했다네
발가락 끝이 아파지기 시작했는데 평상시 무신경했던 열 발가락에 나는 일일이 존경을 표했다네
발목이 자꾸만 꺾였는데 그래도 접질리지는 않게끔 내 중심을 수습할 때마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는 내 운동신경을 발견하고 기특했다네
하산하는 길이 무척 길게만 느껴져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징징 짜는 내 독백을 들으면서 나는 내가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임을 알고서 연민에 빠졌다네
날파리와 모기와 나비와 잠자리가 자꾸만 내 주변을 서성이고 맴돌 때에 나는 숲 속의 인기스타라는 것을 비로소 눈치챘다네
귓가에 들려오는 윙윙 소리에 아직 내 청력이 살아 있음을 알고서 나는 감사가 사무쳤다네
인기에 쫓겨서 별로 쉬지도 못하고 하산했다네
덕분에 지체치 않고 산을 내려왔다네
내리막을 마치고 마침내 평지를 밟았을 때
나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개다리 춤을 출 수 있다는 걸 알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