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면 볕길로 걷고요,
더우면 그늘길로 걸어요.
갈지자의 걸음걸이,
취한 건 아니고요, 춤추는 거예요.
심심하면 바람길로 걷고요,
지치면 바람과 뒤끝 없이 작별하고
좁다란 골목길로 걸어요.
여린 꽃이 되고파서 달큰한 꽃길을 걸었어요,
강한 잎이 되고파서 송진 내 나는 솔밭길을 걸었구요.
다리가 아프면 벤치에 앉고요,
허리가 아프면 벤치에 누웠어요.
졸리면 그대로 잠들면 되지만
5월의 산책길이 행복해서 그럴 수 없어요.
내 발 앞으로 공 하나 굴러온 순간부터
다리를 통깁스한 어린 투수의 볼보이를 자청해요.
아니 볼걸이구나!
외야수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