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모르겠다
존경해야 할 담쟁이 앞에서
무섭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벽을 다 덮으려는 지 무섭게 진격하는 담쟁이,
무섭다는 건 소리 없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덮어 나간다
무섭게 나를 덮어나간 것들만 생각난다
나는 그저 벽으로 있고 싶었다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슬금슬금 다가오는 밀물처럼
나를 잠식시키는 무언가...
나는 이제 나를 모르겠다
이미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를 덮는 것들은 이내 사라지는 것들이기를...
바람처럼, 햇살처럼...
담쟁이, 나를 옥죄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