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연약한 두 뺨이 베였다.
바람을 등지려
누군가의 묘지에 기댔다.
다는 아니어도 막아준다.
한 줄기 바람은 막아준다.
그걸로 충분했다.
누구일까.
죽어서도
홀로 나부끼는 사람을
잠시 숨 고르게 하는 이 사람은.
길게 누워 말을 잃은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세상에서 가장 큰 일탈을
참아서
나 당신 곁에 잠시 머무른다고.
슬픈 천명으로
태어나
나 당신에게 잠시 말을 건넬 수 있다고.
목을 스칠 뻔한
날카로운 바람 한 줄기
겨우 피하고
겨우 내가 입술을 달싹거린다고.
고마움에 드릴 것을 찾는데
가진 것이라곤
이 눈물 밖에 없다고.
가장 뜨거운 이것을
차가운 당신께 드릴 테니
받아 주시겠냐고.
이름도 없이
풍화되고 있는
허름한 묘지의 주인이
말없이 나를 달랬다.
내 고마움을 받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