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울 보는 소녀

by 김추억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아요.'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요.'
'아무도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요.'

소녀는 떠듬떠듬 말하려 했어요.
소녀는 작은 입술을 달싹달싹 움직여 보려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에 심장이 쪼그라들어요.

"쓸데없는 이야기 좀 하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잠이나 자!"

소녀가 이상하게 들리는 소리를 하긴 했어요.
언어의 회로가 꼬여서
감정 설명에 크게 실패하긴 했어요.
소녀가 자신 없는 목소리이긴 했어요 상당히.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지만 또 빠져나가고 싶지 않아요."
"자유롭고 싶지만 죽을 듯 두려워요."
"난 여신이지만 난 괴물이에요."

경멸의 눈초리에 소녀가 더 작은 소녀가 되었고요,
성나게 들려오는 말투에 소녀의 마음에 잔인한 상처가 나버렸어요.
소녀의 말문이 저절로 닫아져요. 그런 소녀에게 형편없는 감정을 설명해 보라는 윽박도 있어요. 서둘러 급하게 언어를 찾아보지만 그런 언어는 지상에 없어요. 그 순간의 비참함을 견디기 힘들어 소녀는 거울을 봅니다. 거울 안에는 소녀를 이해하는 소녀가 함께 울어주거든요. 거울 안에 있는 소녀가 떠듬떠듬 달싹달싹 말을 해주거든요.

어딘가... 말없이... 널 안아 주는... 사람... 있어...

keyword
이전 21화기억 vs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