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계절 중에서 봄을 제일 좋아한다.
만물이 태동하는 시기, 너무 멋지지 않은가.
겨우 내내 움츠렸던 꽃봉오리들이 오늘 피울까, 내일 피울까,
싹을 막 피우려고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활짝 핀 꽃도 예쁘지만 활짝 피기 전에 피려고 노력하는 그때가 난 더 좋다.
그래서 달도 환한 보름달보다 초승달이 더 좋다.
아마 나는 기다리는 설렘을 좋아하는 거 같다.
봄에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뭐든지 다시 새롭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새 학기, 새 책가방, 새 노트, 새 운동화 등 이제는 듣기만 해도 기분 좋게 느껴지는 말들인데
정작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새 학기가 끔찍이도 싫었다.
친구 사귀기가 무엇보다 어려웠던 나였기에 그랬으리라 생각이 든다.
새로 만난 담임 선생님과도 어색하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는 더 어색하고,
그래서 새로운 것들은 나에게는 낯선 느낌이라 여겨졌고 때로는 두렵기조차 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잘 꺼내어 보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왕따는 아니었지만, 나는 반에서 존재감이 없는 아이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들은 ’되게 쎄 보여요 ‘.
’ 말 걸기가 쉽지 않았어요.‘라는 말들이었다.
대학 1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할 때이다.
그 당시만 해도 4명이 한방을 썼다.
4학년 선배 1명, 2학년 선배 1명, 그리고 신입생 1학년 2명이 방을 배정받았다.
그때 나는 유독 4학년 선배와 잘 지내기가 어려웠다.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4학년 선배가 어려워서 그랬는지,
나만 빼고 나머지 3명이 잘 어울리는 게 질투 나서 그랬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후로 사회생활을 할 때도 꼭 안 맞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모이는데 다 내 맘과 같을 순 없겠지만.
나이가 들고 어느 날 문득 아, 내가 참 강한 성격인가 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자꾸만 사람들과 부딧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나이가 드니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되는 거 같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나이가 드니 좋은 것들도 있다.
그렇게 각을 세우고 대립하던 일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조금씩 내려놓는 법도 배워가고 있는 거 같고.
올봄에는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올해 봄은 뭔가 나에게 좀 더 새로운 봄인 거 같다.
이제는 새롭고 낯선 것들이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되는 거 같다.
그래서 요즘 하루하루가 참 해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