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품이란

by 재인

사람의 인격이란 무엇일까? 사람의 됨됨이는 언제 알 수 있을까?


나는 그 사람이 가지는 성품 또는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그릇은 사람이 많이 화가 나게 된 상황이나 굉장히 당황하는 때에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차분하고 교양미 넘치는 사람도 그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나오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도 자신의 화를 잘 조절하고 남 탓을 하지 않는 사람이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는 평소에 조용하고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지만, 어떤 상황이 오면 나의 밑바닥을 여지없이 보여주곤 한다.


지난주의 일이다. 금요일의 작가들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업 중에 아이 담임 선생님이 전화하셨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전화이기에 수업 중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은 아이가 조퇴한 날이 두 번 있는데 미인정 처리하기가 좀 그러니 혹시 진료확인서를 해 올 수 있냐 하셨다. 이미 지난 일이라 진료확인서를 해 올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더니 아이가 정신과 우울증 약을 먹고 있으니 그 기간만큼 처리가 가능할 것 같다고 그 병원에 알아보라고 하셨다. 아이 생활기록부에 미인정 처리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는 샘이 너무 감사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병원에 연락해서 아이가 약을 먹고 있는 기간을 명시해서 진료확인서를 떼어 주실 수 있냐고 했더니 여러 차례 확인 후 아이 본인이 병원에 오는 조건으로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지금 누구보다 시간이 금인 아이에게 미안한데 사정 얘기를 하고 오후에 병원에 다녀오라고 보냈다.


오후에 학원에서 수업 중에 아이에게 연락이 왔다. 아이가 병원에 왔는데 진료확인서를 못 해 준다고, 오전에 연락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처방전에 날짜가 있으니 그걸 해줬다고 한다.

아, 이렇게 황당할 때가 있나, 내가 오전에 몇 번이나 확인하고, 없는 시간을 내서 아이를 보냈는데.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 전화했다. 나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다다다 ~~ 해버렸다. 너무 화가 나는데 학원이라 큰 소리를 낼 수 없으니 내가 내는 소리가 맞나 하는 너무 무서운 저음으로 말해버렸다. 한바탕 쏟아붓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상대방이 하는 변명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자리에 와 앉아 화를 식혔다.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오전에 그렇게 확인했는데 병원에서 전화받았던 사실을 잊어버려서? 서류를 해 주기로 했는데 아이가 가니 말을 바꾸고 해 주지 않아서? 아이의 괜한 시간을 뺏게 해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오전에 나랑 통화했던 그 간호사다. 그분이 죄송하다고, 착오가 있었다고 했으면 나도 화내서 미안했다고 말하려 했는데 그분은 본인이 실수한 부분은 쏙 빼고 원래 진료확인서에는 당일만 가능하다고 기간이 명시될 수 없다고 계속 변명만 늘어놓는다. 조금 가라앉은 화가 다시 올라왔다. 나는 더 이상 통화하기 어렵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평소에 내가 화가 화르르 치솟았다가 후루룩 꺼지는 양은 냄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급한 성격이라 더한 면이 있다.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모습이다. 어느새 화가 식고 나니 오늘도 내가 화를 못 참고 바닥을 보였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착잡했다.

화를 조금 참고 나서 전화할걸, 그래서 조곤조곤 따질걸 그랬다. 이 불같은 성격 때문에 종종 손해 보는 일도 생기고 상대방이 잘못한 일인데도 나중에는 내가 먼저 사과하는 일도 왕왕 있다.


그나저나 다음 주에 병원에 어떻게 가야 하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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