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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코리아 본사에 가다.

by 진은정

병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의 성인용 휠체어.

성인을 위해 설계된 그 휠체어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우리에게는 너무나 크고 불편했다.

휠체어에 앉으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불안했고,

팔걸이는 너무 높아서 편하게 팔을 올려놓을 수조차 없었다.

어느 날, 재활 학교에서 처음 보는 휠체어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그 휠체어는 새롭게 출시된

‘미키’라는 브랜드의 제품이었으며

휠체어를 직접 가져다주시는 사장님과 대화를 나눠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말씀드릴 수 있었고

며칠 후, 우리는 미키 코리아 본사에서 다시 사장님을 뵈었다.

우리가 바라는 아동용 휠체어에 대해

더욱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첫째, 어린이의 신체에 맞춘 휠체어가 필요하다는 점과

둘째, 휠체어 등받이가 접혀 차량에 쉽게 실릴 수 있도록

설계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마지막으로, 검은색과 남색 같은 단조로운 색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깔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렸다.


인생에서 사람과의 만남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곤 한다.

만남은 우리의 삶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때로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사장님께서는 “우리 큰 딸도 은영 은정이랑 나이가 같으니

친구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시간이 지나 사장님과 함께

재활학교에 놀러와 인사를 나누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안경을 쓰고 웃고 있는 선혜의 모습은

사장님을 꼭 닮아 있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나누었지만,

이내 학교를 구경하며 운동장에서 그네를 타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날 이후,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받고 자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학교가 끝나면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며

웃고 떠들던 그 시간들은 나에게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선혜네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은

여전히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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