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은(恩), 비칠 영(映)”
은혜를 받아 빛나는 삶을 살라는 의미의 이름이고
“은혜 은(恩), 곧을 정(貞)”
은혜를 받아 곧게 성장하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엄마 뱃속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인 우리는
이름과 외모는 비슷하나 성향이 다르다.
놀이할 때 은영이는 게임과 총, 미니 자동차
주로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좋아했고,
은정이는 소꿉놀이, 인형놀이, 찰흙놀이를 좋아했다.
그래서 서로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다며 싸운 적은 없지만
은영이는 소꿉놀이를 오래 하지 못했고
은정이도 자동차 놀이를 오래 하진 못했다.
소꿉놀이할 때 냄비에 휴지를 찢어 넣은 다음 분무기로 물을 뿌려
반쯤 물을 채워 숟가락으로 저은 후 흰죽을 만들었다.
"여보~ 밥 먹어요” 라고 부르면
은영이가 "잘 먹을게” 하고 먹는 시늉을 한 후에
회사 출근하는 걸로 급히 마무리를 지으며 소꿉놀이 끝을 외치면
은정이는 혼자서 소꿉놀이를 계속 이어갔다.
쌍둥이기에 옷도 주로 같은 옷을 입히는데
어떤 종류에 옷이냐에 따라 아이들 반응이 다르다.
은영이는 상하 세트로 된 바지나 셔츠, 넥타이가 있는 옷을 선호했고
은정이는 원피스나 치마로 된 옷을 좋아했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은영이는 남자 또래들과 잘 어울렸으며
나중에 물어보니 여자 친구들은 잘 삐져서 남자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은정이는 언니들을 만나면 졸졸 쫓아다닐 정도로
언니들과 노는 걸 좋아했으며
잠을 잘 때에도
은영이는 바로 누워 두 팔을 올리고 다리도 쭉 뻗고 자고
은정이는 옆으로 누워 쿠션이나 인형을 안고 잤다.
어쩜 이렇게 정 반대 성향인지 쌍둥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놀라운 점 중 하나였다.
엄마는 문득,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갈 텐데
아이들이 자라면 함께 다니기 더 힘들 거라는 생각 끝에
매주 주말, 우리 가족의 주말여행이 시작되었다.
때로는 남도의 정취 가득한 여수와 목포로, 광주, 영주,
전통이 숨 쉬는 안동 하회마을, 경주, 부산,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엄마가 가끔 "그때 기억나지?” 라고 물어보면
솔직히 기억나는 것보다 거길 갔었나 싶을 때가 많지만
나는 알고 있다. 엄마의 생각이 얼마나 옳았는지.
그때 우리 눈에 비친 새로운 세상과 함께 나눈 웃음들이
우리 가족 역사의 빛나는 한 페이지가 되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