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 다니는 세브란스 병원에 유치원과 학교가 있어
연세 유치원을 다녔다.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장애가 있으니
엄마끼리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어느 날, 근육의 경직이 있는 뇌성마비 (뇌병변) 아이들이
척추 수술을 받으면 경직이 많이 풀린다는 이야기가 이슈가 되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아이들도 수술을 받으면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안고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 당시 척추 수술이 이슈가 된 만큼 대기자가 많아
두 달을 기다려야 된다 했으나 몇 주 지나지 않아
수술 대기자 몇 명이 취소했다는 연락을 받고
생각보다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수술받기 전, 여러 가지 조직 검사를 받을 때마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 중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검사 두 가지.
근육의 신경이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몸에 근육이 있는
모든 곳에 주사를 맞았고, 척수 검사를 위해 마취도 없이 주사기로
척수액을 뽑았는데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울음을 듣고 있자니
수술을 시키기로 한 나의 선택에 후회와 자책이 밀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척수액을 뽑고 있는 간호사를 뿌리치고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저 아이들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1년 같았던 일주일의 모든 검사를 마치고
수술 당일 아침 은영이가 열이 나는 관계로
은정이가 먼저 수술에 들어가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 수술실이 마련된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 중에 은정이가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
함께 이동하는 선생님께서 은정이에게
자고 일어나면 된다며 달래 주셨다.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그 순간은 지금까지
나에게도 은정이에게도 잊히지 않는 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아침 8시에 수술을 시작해 정오가 되어
수술이 끝났고 마취가 풀리길 기다리는데 은정이가
아빠를 찾아 아빠가 이름을 부르자
눈은 감은 채로 아빠에게 메롱을 했다.
은영이는 낮 2시에 수술을 시작해 저녁 6시에 수술을 마쳤고
그 뒤로 며칠이 지나자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고 싶다 졸랐지만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보며 뇌파 검사를 자주 해야 했었다.
아이들의 유일한 즐거움은 링거 놔주는 간호사 언니와
대화를 하고 병문안 오는 손님들이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은영이가 평소보다 일찍 잠든 날,
갑자기 아빠와 은정이가 치킨을 먹고 싶다 말해
잠시 고민 끝에 옆 보호자에게 은영이를 잠시 맡기고
병원 앞에 있는 치킨집에서 환자복을 입은 채
치킨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한동안 은정이는 그때 먹은 치킨이 너무 맛있었다고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병원에 머무는 동안 설상가상( 雪上加霜) 집에 도둑까지 들었다.
아빠가 짐을 가지러 집에 갔을 때 거실에는 서랍장 옷들이
널브러져 있으며 방마다 물건들이 헤집어 나와 있었고
식탁 위에는 떡하니 부엌칼도 놓여 있었다.
카메라와 몇 가지 물건을 잃었지만 병원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또 하나의 산을 넘어 60일간의 병원 생활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