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밀이나 뒤집기, 걸음마를 할 때 아이들 발달이 개월 수에 비해
좀 느린 것 같아 대구에 있는 경북 대학 병원을 찾았지만
그저 쌍둥이라서 발달이 좀 느린 거라는 소견을 들었다.
병원을 다녀온 후 두 달쯤 지났을까.
아이들이 화장대를 짚고 옆으로 조금씩 걷고
벽에 잠깐씩 서 있기도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경주에서 서울로 가는 동안 아이들에게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하며 칭얼거림을 달랬지만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진료실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손을 마주 잡고 걷다 MRI를 찍었고
뇌출혈이 일어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검사 결과를 듣게 되었다.
검사 결과를 들을 때부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며
마치 짙은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그날부터 재활의학과 물리치료와 작업치료가 시작되었다.
물리치료는 매일 관절운동을 통해 근육을 늘려 줌으로써
근육 경직을 완화시키며 관절구축의 진행도 줄일 수 있는 치료다.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운동이 많다 보니 소아 물리치료실에서
울지 않는 아이가 없다.
작업치료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손의 감각, 운동, 협응 능력을
발달시키는 치료로 아이들이 놀이처럼 재밌어한다.
두 달 동안 언니 집이 있는 교문리에서 신촌 병원까지 한 시간씩
다니다 서울로 이사를 하며 오로지 아이들 치료에 전념했다.
아침 먹고 병원에 도착해서 물리 치료를 받고 나면 점심시간이 되고
오후에는 작업치료를 받고 집에 오면 오후 5시~6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에 잠이 든 아이들을 두고
저녁 준비해서 먹이고 치우고 나면
물리치료 선생님께 배운 대로 다시 물리 치료를 시작했다.
한 명, 한 명 물리치료를 끝내고 난 밤 10시~11시가 되어서야
아이들과 나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어떤 날은 자다 깨서 잠든 아이를 다시 물리치료 한 적도 많았다.
그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리치료와 작업 치료에
아니, 아이들을 걷게 만든다는 것에 빠져 있었다.
거실에 걷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운동 기구까지 들여
걷는 연습을 시키고 물리치료를 받다 선생님 손에 힘이 세서
한 번씩 아이들 다리에 멍이 들어도 과정이겠거니 생각하며 지냈다.
집에 와서 엄마가 물리치료를 하면 가끔 아이들은 하기 싫어하기도
아프다고 울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혼내거나 때려서라도
물리치료를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병원에서 받는 물리치료와 작업 치료만으로도
진이 빠지는데 집에 와서 또 받으니 좋을 리가 없을 듯싶고
선생님이 아니니 더 아팠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