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미래의 선(善)으로부터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 나의 선과, 당신의 과거로부터 지금의 선이 만날 때, 우리는 공통의 한 점으로 교차한다.
시공간을 넘어선 과거로부터의 슬픔과 상처로 계속 이어져 온 기나긴 나의 선에 변곡점이 생긴다. 당신은 기꺼이 나의 얇은 선을 단단한 당신의 선으로 뚫어 기어이 그 손을 잡는다.
그 조그마한 변화가 나의 얇은 선을 관통하면, 나의 선은 당신의 선과 나의 선으로 나뉘어 흘러간다. 당신의 선은 단단하고도 무수히 늘어나 면이 되어 나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는다. 면이 되기를 피해 보기도 하고, 의심하여 보지만, 결국에는 무한한 선(善)의 당신과 공간을 공유하고, 치유의 면을 따라 자연스레 몸을 맡겨 흘러가본다. 당신의 어두웠던 과거와 나의 흐렸던 과거까지 하나의 선이 서로를 어루만지며 이어진다. 그렇게 나의 흐릿한 선이 조금 선명해지면, 나는 또 다른 당신이라는 선을 향해 나아간다.
당신의 선이 울퉁불퉁한 선이었든, 각진 모양의 선이었든, 계속해서 한 곳을 돌고 도는 반복된 아픔의 선이든, 나의 모난 선과 닿아 기어코 또 다른 한 점을 만들어낸다. 당신의 선이 마음의 파원에서 파동을 일으키며 요동칠 때면, 조금은 더 단단해진 나의 선을 배운 대로 무수히 넓혀 당신의 다양한 선을 끌어다가 조심스럽게 안아, 아무렴 면으로 자연스레 이끈다. 당신의 고단하고 다사다난했던 수많은 발자취의 선에 나는 사력을 다해 그를 뚫고 교차점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렇게 당신에게 안겨있었던 기억의 평면으로부터 받은 단단한 선(善)을 통해, 또 다른 이, 다른 이에게 나의 선(善)으로 사랑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을 붙여 너의 곁에 그저 교차점의 손을 잡고 싶다. 그동안의 아렸던 과거와 지금의 고난과 눈물, 앞으로 다가올 불안한 미래까지 무한히 잇고 이어 수많은 사랑의 평면들로 다중면체의 별을 반짝여 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