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흔들리고, 흔들려서.

by 연감자

웬만큼 잘 아물어서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나를 흔드는 상황이, 사람이 있다.

어디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이.


휘청거릴 때 옷깃 끝자락을 잡아주는 상황이, 사람이 있다.

어디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이.


이쯤 되어서 한번 불행이 들릴 때가 되었을 때, 내 곁의 사람들이 떠나고, 내 곁의 사람들을 떠나는 때에.

믿었던 사람의 다른 면을 보게 될 때, 믿었던 내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괜찮다고 계속해서 되뇌지만, 실상 괜찮지 않을 때.


항상 내 주변 사람이 다음날 나를 떠나도 실망하지 않기로, 슬퍼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결국 난 하나의 끝을 남겼던 것이다.

그 끝을 누구라도 잡아주길 바라면서.


한심하도록 약하고, 가느다란 마음이다. 혼자서 아득바득 버티려다 바람에 못 이겨 휘청인다.


홀로 서도 어느 정도 잘 올라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려다보면 아직도 땅과 가깝다. 아직 가려면 한참은 더 올라가야 한다.

떨리는 두 손을 꽉 잡고 이를 악문다. 이 여정은 혼자 해야 하는 여행이라며 다그치고, 눈물을 삼킨다.


그렇게 올라간 절벽의 끝자락에 혼자 서있는 줄 알았는데, 뒤를 돌아보면 나의 끝자락을 사그락 잡는 손길이 있다.

어쩔 수 없다. 약을 삼켜봐도, 잠을 청해봐도 지워지지 않는 나의 후회와 원망이 나를 덮치는 순간에, 그 자그마한 손길은, 나를 몰아치기도 했던 그 손길은 또 다른 형태로 다가와 나를 낭떠러지에서 기어코 한 번은 잡는다.


이래서 난 사람을 온전히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그저 모조리 이해하고 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상황을, 사람을.

참으로 오만한 마음이다.


이제는 내 모습도, 그 모순을 이해해 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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