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토의 25%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그리고 졸참나무 등의 참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는 나무는 상수리나무 일 것이다.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 상승 온도를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운동이 한창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탄소가스 배출을 없애는 이른바 넷제로(Net-Zero) 운동이다. 넷제로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및 제거해서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넷제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숲을 가꾸고 유지 및 보수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상수리나무를 포함하는 참나무 숲은 탄소를 흡수하는 데 있어 매우 우수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참나무는 숲에서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친근한 수목이므로 종류별로 익혀두는 것도 숲을 찾는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말미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참나무의 종류를 간단한 설명과 함께 도식화하였다.
산림청에서 발표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Ⅰ일등공신Ⅰ
상수리나무는 동서고금을 막라하고 인류생활 및 생태환경의 유지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매우 유익한 나무다. 인간에게나 동물, 그리고 곤충에 이르기까지 상수리나무는 먹거리를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여 준다. 상수리나무는 여러 생물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며 숲의 생태를 유지 보존하여 주는 일등 공로자이다. 참나무에 자라는 겨우살이에게는 자신의 살을 기꺼이 내주어 겨우살이가 참나무 가지에 뿌리를 내려 기생케 한다. 이렇게 자라난 겨우살이는 맛난 열매를 맺고 새들은 이 열매를 취한다. 크게 자란 상수리나무 한 그루에는 50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이미 수명을 다한 앙상한 가지 조차 각종 곤충의 거주지가 되고 새들의 휴식처가 된다.
참나무는 주변의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다. 사진 왼쪽부터 갈참나무에서 구애하고 있는 장수풍뎅이, 참나무잎에 머물러 쉬고 있는 청띠신선나비,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Ⅰ호형호제 Ⅰ
상수리나무는 같은 참나무과의 굴참나무와 비교된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서로 상이하나 두 나무를 같이 비교 관찰하기에 흥미롭다. 상수리나무의 수피는 회갈색으로 일견 불규칙하게 보인다. 요철을 두른 듯 한 무늬가 반복적으로 나무 전체에 나타난다. 얼핏 느끼는 수피의 불규칙성은 나무와 거리를 두고 전체를 바라보는 순간 어느새 짜임새 있는 규칙성과 통일감을 가진 멋진 모양으로 변신한다. 무질서 속의 질서라는 절묘함이 상수리나무의 수피에 있다.
굴참나무의 나무껍질도 대단한 볼거리다. 두텁고도 육중한 코르크층이 나무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마치 어디 한 군데 찌를 곳 없는 완전무장한 장수와도 같다. 매력적인 굴참나무의 울퉁불퉁하고 압도적인 코르크층의 질감은 굴참나무의 트레이드마크다.
두 나무의 잎도 비슷한 듯 차이가 있다. 상수리나무의 길고도 점점 날카로워지는 뾰족한 잎은 마치 병사의 창을 보는 듯 예리하다. 반면 굴참나무의 잎은 상수리나무보다는 약간 짧고 폭은 넓다. 잎의 끝이 비교적 둥글어 마치 중세 십자군이 사용한 긴 방패와도 같다. 굴참나무의 잎은 잎 뒷면이 확연하게 회색빛이 돌아 녹색의 상수리나무의 잎과 쉽게 구별된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다른 참나무와 달리 열매가 성숙하는데 2년이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수분이 되어 수정을 이루는 기간이 무려 7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올해 먹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의 열매는 이미 작년에 수정되어 올해 본격적으로 자란 열매를 먹는 것이다. 다른 참나무와 구별되는 매우 재미있고 특이한 현상이다.
굴참나무의 두터운 코르크 층(좌), 상수리나무의 수피(중), 굴참나무와 방패와 상수리나무의 창 (우)
Ⅰ부모님을 생각하다 Ⅰ
<<시경>> <당풍> 보우(鴇羽)는 부역 나온 백성이 커다란 상수리나무를 바라보며 고향의 부모님을 걱정하는 시다.
푸덕이며 나는 느시 상수리나무에 앉는구나 / 나랏일이 바쁘니 기장 심기도 벅차다 / 부모님은 누구를 믿고 살아갈까 / 아득하고 푸르른 하늘이시여 / 언제나 돌아갈 수 있나요
(생략) *보우:새의 종류로서 느시를 말한다.
옛날에는 백성들이 나라의 갖은 부역을 다하다 보니 농사일을 돌 볼 시간이 없음은 물론이요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과 부모님을 봉양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곤 했다. 백성들은 국가의 부역에 시달리면서도 고향의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했고, 관리들도 멀리 귀양을 가기라도 하면 고향의 부모 걱정을 잊지 않았으니, 대저 효심의 마음은 왕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다름이 없었다.
Ⅰ오해 Ⅰ
저력산목(樗櫟散木)이라고 했다. 가죽나무와 상수리나무는 쓸데없고 하찮은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 장자와 혜자의 대화 중 나오는 말인데 상수리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썩 안좋을 말이다. 아마도 혜자가 매일 글만 읽다 보니 실제로 백성들에게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참나무가 얼마나 유익한 줄몰랐을 수도 있다. 혜자가 비록 상수리나무를 하찮게 보았지만 서양에서는 고대부터 사람들로부터 성스러운 것으로 대우받고 숭배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제우스신전 한가운데에 상수리나무가 있었고, 북유럽 켈트족은 상수리나무 제사장이 있었다고 한다. 성경 속에서 상수리나무는 기도와 묵상의 성스러운 장소였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앞산에는 빽빽한 참나무가 푸르름을 더하고 각종 새들이 날아와 노래한다. 멧팔랑나비와 호랑나비도 참나무 숲을 희롱하듯 너울거리고 딱정벌레와 하늘소도 다 같은 숲의 친구들이다.
오늘도 상수리나무에 뻐꾸기가 날아든다.
상수리나무 가지에 앉아 주위를 살피는 파랑새(좌), 상수리나무 에서 쉬던 뻐꾸기가 날아 올고 있다(중), 상수리나무 가지위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