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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운경 Jan 22. 2023

슬픈 이야기를 품은 도꼬마리

 경이


식물의 존속보존 능력은 참으로 놀랍고도 신비스럽다. 오랜 진화의 과정으로 완성된 식물의 메커니즘은 현대과학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설사, 설명 가능하다 해도 식물의 경이로움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도꼬마리는 우리 몸에 착착 달러 붙는 만큼이나 친숙한 식물이다. 도꼬마리 열매의 가시는 짐승의 털이나 조류의 날개에 달라붙어 열매를 먼 거리로 이동시킨다. 심지어 사람도 도꼬마리의 열매를 실어 날르는 일등공신이다. 도꼬마리 열매를 감싸고 있는 가시의 끝은 마치 낚시 바늘과도 같이 살짝 구부러져 있어 일단 걸치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식물의 경이로운 현상은 어여쁜 꽃을 습지에서 피우는 마름에서도 볼 수 있다. 마름은 열매가 성숙하면 양쪽이 소의 뿔과 같이 뾰족하게 자란다.  새가 날아왔을 때 뾰족한 양쪽의 열매를 이용하여 새에 쉽게 들러 붙기 위한 고안이다. 

마름의 뿔 달린 열매와 꽃 그리고 쥐의 귀를 닮은 도꼬마리의 잎(좌),  도꼬마리 열매(우)


유래


도꼬마리 이름의 유래에 대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는 도꼬마리라는 이름은 옛 이름 '됫고마리'가 어원으로 열매의 가시가 돼(도로) 고부라져 말린 모양, 또는 머리 모양이라고 본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도꼬마리는 창이자(蒼耳子)라고도 한다. 푸르다는 뜻의 '蒼'과 귀'耳'를 붙여 만들어진 한자로 실제로 도꼬마리 잎을 보면 쥐의 귀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도꼬마리의 열매도 쥐을 닮은 듯하다.


이별


<<시경>> <주남>  卷耳(권이)의 한 구절에 한 여인이 정작 도꼬마리를 캐기보다는 그리운 님의 생각에 깊이 빠진 나머지 광주리를 던져 버리고 있다. 시경의 배경이 중국의 어지러운 난국의 시기가 많다 보니 주로 남편이 전쟁터나 부역에 끌려가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노래한 시가 많다. 

卷耳卷耳

도꼬마리 캐고 또 캐도 / 기운 광주리 반도 못 채우네 / 아아 그리운 나의 님이여 / 저 큰 길가에 광주리를 던져두었네

*권이:도꼬마리


사랑하는 님과 함께 있다면 쓰디쓴 씀바귀도 달 것이요, 님과 헤어져 있다면 달콤한 감초인들 쓸 것이다. 도꼬마리를 캐서 요리해 먹은들 무슨 맛이 있겠는가. 작자가 도꼬마리를 뜯는 행위는 아무리 바구니를 가득 채운들, 반 밖에 채우지 못한들 의미 없는 일이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도 하고 소생시키기도 한다. 도꼬마리 열매의 갈고리와도 같이 연인끼리 서로 떨어지지 않는 끈질긴 사랑을 나누어 볼 수는 없을까? 공자는 부부의 돈독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시경을 편찬할 때 권이(卷耳)를 포함시켰다고 한다. 도꼬마리는 다양한 의미에서 인용된 듯한데 그리움이나 아쉬움, 그리고 염원을 나타내는 식물로서 쓰였다.


전설  


옛날에 한 시골에 가난하고 젊은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남의 밭일을 다녔다. 밭주인은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일하는 것을 싫어했고 엄마는 아이를 길가 수풀에 숨겨두고 일을 하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 대던 중 어느 하루 몹시도 더운 날, 수풀에 숨겨 두었던 아이가 죽고 말았다. 엄마는 슬퍼하며 아기를 매일 찾으려고 길가에 묻었다. 그런데 아기 무덤에서 이상한 풀이 자라더니 엄마가 지나갈 때마다 엄마의 치마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는 죽은 아기가 엄마 생각이 나서 그러려나 하고 매일같이 슬피 울다 엄마도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측은히 여기어 길가의 아기 무덤 바로 옆에 엄마를 묻어 주었다. 엄마 무덤에서도 풀 하나가 자라나더니 아기 무덤에서 자란 풀과 같이 엉켜 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아기의 풀은 도꼬마리였고 엄마의 풀은 환삼덩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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