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행복한 거북맘의 마라톤
10화
냥이 예찬
반려묘 이야기
by
마라토너 거북 맘
Nov 8. 2021
아래로
우리 가족은 연년생 딸내미 둘과 남편 외에도
체리와 베리, 두 마리의 자매 냥이들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두 녀석은 한 어미의 배에서 나오지 않았으니 생물학적인 자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로 핥아주고 물고 빨며 뒤엉켜 노는 두 녀석은 영락없이 우애 좋은 자매이다.
Grey tabby라고 불리는 외모를 가진 고등어 무늬의 '체리'와
Calico cat이라고 불리는 삼색털을 가진 녀석이 '베리'이다.
두 녀석은 모두 아직 생후 1년이 되지 않은 '아깽이'이지만
그래도 '체리'가 '베리'보다 몇 개월 언니이다.
처음에 남편은 무슨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집안에 고양이가 두 마리씩이나 있냐며 살짝 투덜거리긴 했지만
다행히도 가족 모두 고양이를 좋아하는 취향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내가 대단한 애묘인이라서
약간의 결벽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두 마리 냥이의 집사가 되었다.
처음부터 두 녀석이 한 번에 우리 식구가 된 건 아니었다.
체리를 유기묘 보호소에서 입양해 키운 지 약 20일 가까이 되었을 때,
그날은 Mother's Day라고 한국의 어버이날과 비슷한 날이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주변의 다른 집들 다 놔두고 굳이 우리 집의
그것도 내 방 창문 아래에서 하루 종일 울고 있는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베리'를 발견했다.
본능적으로
이 집에 엉겨 붙는 것 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는지
녀석은 나와 우리 식구들 발에 얼굴을 비벼대며 졸졸 따라다녔다.
그렇게 우리 식구가 된 두 녀석은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고
사춘기가 된 두 거북이 녀석들 때문에 수시로 스트레스받고 언성이 높아지곤 하는 나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로와 안정을 주었다.
이제 머리통이 좀 굵어졌다고 제법 반항하며 속을 긁는 두 거북이들...
녀석들 때문에 지친 내 곁에,
조용히 다가와 팔을 꾹꾹 눌러주기도 하고 겨드랑이
속으로 파고들며 애교를 부리는
두 냥이들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며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 너희들이 저 두 녀석들보다 훨씬 낫다.'
비록, 하루 종일 체리와 베리 두 녀석의 화장실 뒤치다꺼리에(자주 치워주고 청소하지 않으면 꽤 지저분해진다)
틈틈이 식사와 간식도 챙겨야 하고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뿜어대는 털들을 끈끈이
돌돌이를 들고 쫓아다니며 청소하는 게 보통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온 우주의 별을 가득 담은 듯 반짝이는 까만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도도하고 당당한 자태로 시크한 매력을 뽐내기도 하며
뭔가 아쉬운 게 있을 땐 세상 불쌍하고 가련한 목소리로 냥냥 거리면서
내 품을 파고들며 골골 거리는 녀석들은 우리 집의 사랑스러운 막내들임에 틀림없다.
지금도 컴 앞에서 글을 쓰는 나를 못마땅해하며
'감히 나에게 집중하지 않고 한눈을 팔아?' 하는 표정으로
집요하게 방해공작을 하는 체리 녀석...
이봐 집사 양반, 똑바로 하라고!
"아, 네~ 그렇지요. 제가 잘못했네요"
오늘도 마음 약한 집사는 사랑스러운 두 요물들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누가 그랬던가.
더 사랑하는 쪽이 져주는 거라고...
아이들에게도 종종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는 내가
유일하게 화를 내지 않고 관대함으로 대하는 대상, 체리와 베리.
얘들아, 사랑한다!
keyword
반려묘
고양이
집사
Brunch Book
행복한 거북맘의 마라톤
06
두 얼굴의 클레어
07
마라톤 하는 거북 맘
08
토요일 새벽 4시를 여는 여자
09
내 인생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
10
냥이 예찬
행복한 거북맘의 마라톤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0화)
1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마라토너 거북 맘
직업
주부
개성 강한 두 딸들과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사이판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마라톤 하는 아줌마 입니다.
팔로워
71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09화
내 인생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