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

영화 이야기

by 마라토너 거북 맘

워낙에 유명했던 이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본 사람들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며

개인적으로, 내 인생의 영화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모처럼 혼자 감상했다.


1994년에 개봉했고 2016년에 재개봉까지 했었을 만큼,

시나리오나 음악, 배우들의 연기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명작 중에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1994년의 나는

21살의 어리고 세상 무서울 게 없던, 미성숙하고 철이 한참 덜 든 인간이었다.

더불어 그때는, 내 인생에서 꽤 오랜 기간 동안 겪어야 할

지독한 방황과 시행착오들의 서막이 막 열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기가 20대라고, 다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그때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 하지만, 내게는 예외이다.

가장 반짝여야 할 그 시기에 나는

어릴 적 놀이동산에서 타 봤던 범퍼카에 앉은 것 마냥, 수없이 여기저기 쿵쿵 부딪치고 다니며

한심하게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뱅뱅 돌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며 감동을 받았던 이후로

아마 족히 십수 번은 더 감상했던 영화였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때는 이 영화가, 내 인생에 울림을 줄 정도의 큰 영향력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Feather theme'이라는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만 들으면 괜스레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내 인생의 영화가 된 건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됐을 때였다.


이상했다.

영화의 내용은 그대로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흘러 내 상황이 변하고 나이 들어 연륜이 쌓인 후에 본 영화는,

처음 봤을 때와는 너무도 다르게 느껴져서 적지 않게 당황했을 정도였다.


이 영화가 처음과 달리 그토록 내 가슴에 와닿다 못해

저 깊은 심장 근처 어딘가를 후벼 파는 듯이 느껴진 이유를 알게 된 건...


이제는 내가 예전과는 달리,

또래보다 많이 더디고 평범하지 않은 우리 두 거북이 녀석들의 엄마라는 사실과

그로 인해, 내가 얼마나 깊고 어두운 우울과 좌절 속에 빠져있는지 스스로도 모를 만큼 심하게 앓고 있다는 것,

맛나게 먹던 고구마가 목구멍에 걸려서 안 넘어가듯

'나 혹시 담석증 인가?' 싶게 가슴속 어딘가에 묵직하게 거슬리는 무언가가 있는 듯

매일매일을 눈물 바람과 함께 터질 것처럼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살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닫고 난 이후였다.


하지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단지 나에게 슬픔과 아픔이라는 감정만 주었다면

내 인생의 영화라고 까지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래들과 다른 자기 아들을 짐스럽게 생각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늘 당당하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아들을 위해 앞에 나서며,

남편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억척스럽게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포레스트 엄마의 모습은

'나는 과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그저 좌절하고 분노하며 뚜렷한 대상도 없이 끝도 없는 원망과 신세 한탄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아 성찰과 함께

내 맘에 큰 울림을 주었고, 동시에 뭔가로 세게 머리를 맞은듯한 기분까지 들게 했다.


특히, 포레스트 검프 엄마의 임종 장면에서 아들과의 대화....

이 부분은 사실, 아직까지도 볼 때마다 눈물이 나는걸 어찌할 수가 없다.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후벼 파는... 그래서 심지어 그 대사들을 깡그리 외우고 있을 정도이다.


그 장면에서 유독 마음이 아린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해외 살이로 인해 자주 뵙지 못하는 친정 엄마가 생각나서이기도 하고

먼 미래에... 나와 내 새끼들의 일이 될지도 모를,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기에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때가 되면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영화 속 포레스트의 엄마처럼,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한 우리 거북이들...

하지만, 다른 부모들보다 유난히 더 인내심 없고 성격 급한 자격 미달의 어미...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우는 게 아니라

이 녀석들로 인해 내가 인생을 배우고 비로소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더불어, 영화 속 포레스트 검프의 투명함과 순수함

남을 배려하는 따뜻하고 착한 마음

운명을 거부하거나 남의 탓을 하며 원망하지 않고, 순리대로 물 흐르듯 사는 삶의 태도를 보면서

뭔가 탁하고 어두웠던 마음이 정화되고 순화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영화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작은 깃털처럼

주인공 포레스트의 삶도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고

우리 거북이들도 나중에 그런 여유롭고 따뜻한 인생을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랜만에 다시 감상했던 내 인생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

이제 안 그럴 때도 된 것 같은데 오늘도 나는 훌쩍거리며 주책을 떨고 말았다.

앞으로 아무리 세월이 더 흐른다 해도 내겐 최고의 영화일 것 같다, 영원히...



FORREST
Why are you dyin', Momma?


MRS. GUMP
It's my time. It's just my time. Oh, now, don't you be afraid, sweetheart.
Death is just a part of life. It's something we're all destined to do.
I didn't know it, but I was destined to be your momma. I did the best I could.


FORREST
You did good, Momma.


MRS. GUMP
Well, I happened to believe you make your own destiny. You have to do the best with what God gave you.

FORREST
What's my destiny, Momma?


MRS. GUMP
You're gonna have to figure that out for yourself. Life is a box of
chocolates, Forrest.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왜 죽어가요, 어머니?


때가 되었을 뿐이야. 절대 두려워하지 마라, 얘야.
죽음은 단지 인생의 한 부분이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운명이지.
몰랐지만 네 엄마가 된 것도 나의 주어진 운명이었어. 난 최선을 다했어.



맞아요,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너 자신의 운명을 잘 개척하리라 믿어. 하나님이 너에게 준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해.



내 운명이 뭐예요, 어머니?



너 혼자 힘으로 그걸 찾아내야 해.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단다, 얘야. 어떤 초콜릿을 집어 들지 모른단다.


나의 초콜릿은 어디 숨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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