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예찬

반려묘 이야기

by 마라토너 거북 맘

우리 가족은 연년생 딸내미 둘과 남편 외에도

체리와 베리, 두 마리의 자매 냥이들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두 녀석은 한 어미의 배에서 나오지 않았으니 생물학적인 자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로 핥아주고 물고 빨며 뒤엉켜 노는 두 녀석은 영락없이 우애 좋은 자매이다.


Grey tabby라고 불리는 외모를 가진 고등어 무늬의 '체리'와

Calico cat이라고 불리는 삼색털을 가진 녀석이 '베리'이다.


두 녀석은 모두 아직 생후 1년이 되지 않은 '아깽이'이지만

그래도 '체리'가 '베리'보다 몇 개월 언니이다.



처음에 남편은 무슨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집안에 고양이가 두 마리씩이나 있냐며 살짝 투덜거리긴 했지만

다행히도 가족 모두 고양이를 좋아하는 취향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내가 대단한 애묘인이라서

약간의 결벽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두 마리 냥이의 집사가 되었다.


처음부터 두 녀석이 한 번에 우리 식구가 된 건 아니었다.

체리를 유기묘 보호소에서 입양해 키운 지 약 20일 가까이 되었을 때,

그날은 Mother's Day라고 한국의 어버이날과 비슷한 날이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주변의 다른 집들 다 놔두고 굳이 우리 집의

그것도 내 방 창문 아래에서 하루 종일 울고 있는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베리'를 발견했다.

본능적으로 이 집에 엉겨 붙는 것 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는지

녀석은 나와 우리 식구들 발에 얼굴을 비벼대며 졸졸 따라다녔다.


그렇게 우리 식구가 된 두 녀석은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고

사춘기가 된 두 거북이 녀석들 때문에 수시로 스트레스받고 언성이 높아지곤 하는 나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로와 안정을 주었다.


이제 머리통이 좀 굵어졌다고 제법 반항하며 속을 긁는 두 거북이들...

녀석들 때문에 지친 내 곁에,

조용히 다가와 팔을 꾹꾹 눌러주기도 하고 겨드랑이 속으로 파고들며 애교를 부리는

두 냥이들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며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 너희들이 저 두 녀석들보다 훨씬 낫다.'


비록, 하루 종일 체리와 베리 두 녀석의 화장실 뒤치다꺼리에(자주 치워주고 청소하지 않으면 꽤 지저분해진다)

틈틈이 식사와 간식도 챙겨야 하고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뿜어대는 털들을 끈끈이 돌돌이를 들고 쫓아다니며 청소하는 게 보통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온 우주의 별을 가득 담은 듯 반짝이는 까만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도도하고 당당한 자태로 시크한 매력을 뽐내기도 하며

뭔가 아쉬운 게 있을 땐 세상 불쌍하고 가련한 목소리로 냥냥 거리면서

내 품을 파고들며 골골 거리는 녀석들은 우리 집의 사랑스러운 막내들임에 틀림없다.


지금도 컴 앞에서 글을 쓰는 나를 못마땅해하며

'감히 나에게 집중하지 않고 한눈을 팔아?' 하는 표정으로

집요하게 방해공작을 하는 체리 녀석...

이봐 집사 양반, 똑바로 하라고!

"아, 네~ 그렇지요. 제가 잘못했네요"

오늘도 마음 약한 집사는 사랑스러운 두 요물들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누가 그랬던가.

더 사랑하는 쪽이 져주는 거라고...

아이들에게도 종종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는 내가

유일하게 화를 내지 않고 관대함으로 대하는 대상, 체리와 베리.

얘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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