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한국이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사이판이든, 도시든 농촌이든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 겠지만, 아침 시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하루 중 가장 분주하고 정신없는 시간일 것이다.
40대 후반의 늦깎이 대학생인 나는, 어제도 새벽 3시 넘어까지 코앞에 닥친 리포트며 발표 준비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잠깐 기절하듯 눈을 붙이고
남편과 아이들의 출근과 등교 준비를 위해 아침 6시에 힘겹게 나의 하루를 시작했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나에게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다).
늘 그렇듯, 부산한 아침 시간 후에는 두 아이들의 학교 드롭을 위해, 꾸물거리는 녀석들을 재촉해가며 서둘러 차를 몰고 도로로 나와야 한다.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9월부터는 아직 중학생인 둘째 녀석과 학교가 달라져서, 픽업과 드롭이 더 힘들어지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통에 제법 신경이 쓰이고 나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다.
사이판은 작고 좁은 섬이지만,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없는 고로, 인구와 면적에 비해 차가 좀 많은 편이어서 아침 시간이나 퇴근 무렵에는 제법 차량 정체가 있는 편이다.
오늘도 늘 다니던 코스로 운전을 하며 가고 있는데
유난히 얌통머리 없고 촐싹맞게 시그널도 주지 않고, 이쪽저쪽 차선을 넘나들며 무리하게 곡예운전을 하는 차 한 대가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뭐 얼마나 온 우주를 구하는 다급한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위험천만해 보였고 게다가 다른 차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도로 위의 진상이었다.
재밌는 건... 그렇게 영화 속 주인공 마냥 운전실력을 뽐내며, 여러 차량들 사이로 요리조리 신호도 없이 끼어들기를 해가며 죽자고 달리던 그 차가
결국은 저 앞 신호대기에 걸려, 본인이 신나게 따돌렸던 차들과 만나서 똑같이 나란히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게 되더라는 것이다(그래도 환한 아침 시간이라 그랬는지 신호를 아주 통째로 무시하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으이그, 인간아, 그렇게 개념 없이 운전해서 앞으로 치고 나가면 좀 낫냐' 이런 생각을 하며 그 차를 바라보는데, 신호가 채 바뀌기도 전에 또 쌩하며 달려 나가더니 이쪽저쪽 차선으로 왔다 갔다...
그러더니, 결국 저 앞에서 잠복해(?) 있던 경찰한테 결려서 딱지를 떼고 있는 속 시원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결국 그 운전자는 바쁜 아침에 좀 더 빨리 가 보겠다고 그 난리를 치다가, 더 늦을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두 녀석을 차례로 학교에 내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득 도로 위의 차들이 우리의 모습인 것 같고, 차들이 달리는 도로는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도로 위의 많은 차들... 색깔도 크기도 가격도 연식도 출발지도 다른 다양한 차들이지만
결국, 도로 위에선 정해진 교통 신호와 이정표에 따라 같은 루트로 움직이며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게, 우리가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아침에 본 그 차처럼, 남들보다 좀 더 앞서서 빨리 가 보겠다고 갖은 수를 써 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횡단보도처럼 모두 비슷하거나 같은 지점에서 만나게 되어있고
너무 지나친 욕심이나 무리한 행동은 오히려 화를 부르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운전을 하다 보면 때로는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돌발 상황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신호를 잘 지키며 안전운전을 하고 있는데 어이없이 다른 차로 인해 피해를 입기도 하고
늘 가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유턴하거나 다른 길로 가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할 것이며
폭우나 폭설 같은 악천후로 인해 미끄럽고 위험한 길을 가야 할 때도 있고
비포장인 험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가야만 할 때도 있을 것이며
때로는 지루하고 힘든 장거리 운전 중간에, 쉬어주고 연료를 채우기 위해 멈춰야 할 때도 있고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가다가 헤매고 고생을 하기도 하는 등, 도로 위의 모든 돌발 상황들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겪거나 만나야 하는 다양한 사연들과 참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나 방식은 사람마다 너무나 다양하고
운전을 하는 기술과 스타일 또한 천차만별이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 각자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려는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은, 비록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각자 다를지라도 숙련된 운전자이건 초보이건 도로 위에서 운전을 할 땐,
도로의 흐름이나 교통신호와 상황에 따라야 한다는 것, 도로 위의 김여사처럼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릴게 아니라, 백미러나 사이드 미러를 보면서 좌우와 뒤의 상황도 살피면서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역시, 배움의 길고 짧음이나 부와 지위의 차이,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과 법에 따라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과
무조건 앞만 보고 돌격 앞으로만 외칠게 아니라, 가끔은 내 주변도 살피고 지나간 시간도 돌아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도로 위에서 얻은 오늘의 작은 교훈인 듯하다.
아침나절에 잠깐 스쳐 지나간 비가 개인 후, 예쁘고 선명한 무지개가 인사를 한다.
가끔은 운전 중에 창밖을 보며 하늘이 얼마나 예쁜지, 무지개가 얼마나 아름다운 색깔인지
즐기고 감상하는 즐거움과 여유도 느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아침이다.
늘 정신없이 쫓기듯 사는 우리들도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느긋함을 가져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