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발톱
경칩이 가까워지면, 봄꽃들은 이미 살며시 고개를 든다.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세상을 맞이하는 때, 개구리발톱도 조용히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 그 안에 숨은 연노란 꽃잎은 한없이 작고 여리다. 그 조그마한 꽃잎 안에는 수술과 암술이 나란히 모여 아득한 꿀샘을 품고 있다.
한참 동안 엎드려 카메라 초점을 맞추려 해도 개구리발톱의 꽃술까지 온전히 담기는 쉽지 않다. 살랑이는 바람 속에서, 앙증맞은 꽃잎은 "나 잡아봐라!" 하듯 이리저리 피한다.
꽃봉오리일 때는 만주바람꽃을 닮아 가슴이 설렌 적도 있었다. 제주의 땅에서도 만주바람꽃을 볼 수 있는 걸까, 한껏 기대했지만 결국 개구리발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아쉬움이란.
하지만 잎 뒷면이 자주색을 띠기에 조금만 더 유심히 바라보면, 만주바람꽃과는 다른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활짝 핀 모습을 보고 나면, 그 작은 꽃이 마치 매발톱꽃을 축소해 놓은 듯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개구리발톱이라니. 개구리에게도 발톱이 있을까? 어릴 적 보아온 개구리들의 발에는 물갈퀴가 있었을 뿐, 발톱은 보이지 않았다. 왜 하필 ‘개구리발톱’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꽃잎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 이름의 연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이는 이파리가 개구리 발가락을 닮았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씨방을 보면 오히려 개구리 발가락과 더 닮았다고 한다.
개구리발톱꽃은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 혹시 발톱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그렇게 조용히 아래만 바라보는 걸까. 아프리카발톱개구리처럼 작은 발톱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당당히 고개를 들었을까.
하지만 개구리발톱은 그저 봄날의 발밑을 조용히 지키며, 온종일 땅을 바라본다. 소리 없이 피어나고, 소리 없이 사라지지만, 그 작은 존재만으로도 봄이 왔음을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