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고요 속, 중의무릇이 춤추다

물오른 나무마다 돋아나는 이파리들이 아직은,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더디게 자라고 있다. 그러나 몇 번의 봄비를 맞고 나면, 어느새 싱그러운 잎으로 하늘을 가려 놓는다.


무성하게 자란 잎들이 온통 하늘을 덮어 버리면, 자그마한 들꽃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게 되겠지. 봄의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면, 분주하게 꽃을 피우고는 생을 마감해야 하는 여러해살이풀. 그 운명은 빈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앉는 한 줌의 볕뉘를 받으며,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백합과의 중의무릇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가리는 숲이 되기 전에 볕뉘를 온몸으로 받으며,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는 제 할 일을 다했다며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시기를 놓치면 만나기 어려운 들꽃이다.


중의무릇은 깊은 산중에서 도를 닦는 스님의 꽃일까? 이파리가 무릇을 닮아서 무릇, 산에 자생하기에 중의무릇이라 불리게 되었나 보다. 중의무릇은 습한 숲 속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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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 돋아나는 이끼의 싱그러움 속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내미는 중의무릇. 꽃잎 위로 한 줌의 바람이 스치듯 지나가면, 작은 몸짓으로 흔들리며 춤을 춘다. 작은 바람에도 흐느적거리며 흔들리는 중의무릇은, 꽃을 피우면 몸을 가누지 못해 비스듬히 누워 버린다. 가냘픈 꽃대는 꽃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도 버거워 보인다.


싱그러운 이끼와 한층 더 조화로운 들꽃. 초록빛과 어우러진 연노란 꽃잎이 활짝 열리면, 꽃수술이 화사하게 반긴다. 그러나 화려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피었는지도 모르고 스쳐 지나칠 만큼 소박하다. 연노란 얼굴을 기다란 초록 팔에 기대고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중의무릇처럼, 따스한 봄햇살을 맞으며 꽃향기로 가득 채워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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