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산새라 부르는 현호색

숲 속엔 산새들만 지저귀는 게 아니다.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면, 하늘빛 깃털을 팔랑이며 작은 노래를 부르는 자그마한 산새를 만날 수 있다. 또는 연보랏빛, 홍자색 입술을 가진 산새도 만날 수 있다.


그 이름, 현호색. 산록의 습지에서 자라며 괴불주머니와 닮은 모습의 들꽃, 하지만 현호색은 그보다 작고, 가냘픈 꽃대를 세운 가녀린 존재. 하늘거리는 꽃잎은 마치 숲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보인다.


나는 현호색을 숲 속의 물고기라 부르고 싶다. 푸른 바다를 가르며 숲을 찾아온 들꽃, 숲의 향기를 맡으며 숲을 헤집고 다니는 현호색을 들여다보면 입을 크게 벌리고 노래를 부르는 귀여운 물고기 같기도 하다.


현호색의 속명은 '코리달리스'. 희랍어로 종달새에서 유래했는데, 꽃 모양이 종달새의 깃털을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현호색을 산새라 부르기도 한다. 현호색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마치 립스틱을 예쁘게 바른 입술처럼,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는 산새가 같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목젖이 보이듯 현호색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뽐낸다. 꽃잎은 두 개로 보이지만 사실 4장, 그 세밀함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현호색은 토양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띠는데, 연하늘색, 하얀색, 홍자색, 연보라색 등 그 모습은 변화를 거듭하며 숲 속에서 그 빛을 발한다.


처음 현호색을 만난 건 그 이름도 몰랐을 때였다. 들꽃 사진에 '현호색'이라 적혀 있어도 그때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내가 들꽃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 시절, 나는 현호색을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

현호색 (2).JPG 현호색

하지만 오름을 오르며 들꽃들과 하나씩 만나게 되었다. 그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고, 들꽃이 내게 웃으며 다가온 그 순간부터 나는 들꽃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작고 여린 풀꽃들이 주는 기쁨에 매료되며, 들꽃을 만나는 일은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모든 들꽃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내게로 찾아오지 않듯, 내가 보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들꽃과의 만남은 기다림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 기다림 속에서 사랑은 싹트고, 그리움은 쌓여만 간다. 현호색을 알면 알수록, 그만큼 구분하기 어려운 모습들이 있다. 다양한 변이와 세밀한 차이를 알아가려면 관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현호색은 여러 종류로 나뉘고, 각각의 특성을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포가가 빗살처럼 갈라지면 빗살현호색, 포가가 갈라지지 않으면 왜현호색, 잎이 대나무처럼 길게 늘어지면 댓잎현호색, 제주에서 자생하는 탐라현호색 등 그 차이를 구분하다 보면 머리가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 속에서 헤집고 다니며 만나는 형형색색의 현호색은 언제나 내 마음에 설렘을 안겨준다. 그 귀여운 입술과 입맞춤이, 숲 속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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