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송이가 흐드러지다

어리연꽃

수면 위로 눈꽃송이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간밤에 함박눈이라도 소복이 내린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영롱한 얼음꽃이 피어날 리 없지 않겠는가.

밤새 하얀 함박눈이 천 길 하늘을 타고 내려와, 바람에 너울춤을 추며 별빛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다 해가 떠오르자, 품었던 하얀 별을 살포시 내려놓았으리라.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눈꽃송이를 지나칠 뻔했다. 애기어리연꽃과 닮았지만, 잎도, 꽃도 훨씬 크다. 큼지막하게 피어난 꽃이 반가우면서도, 문득 의문이 스친다.


애기어리연꽃이 분명한데도, 이렇게 크다니. 하얀 꽃잎에는 수북한 솜털이 한 올 한 올 선명하다. 신종이라도 발견한 듯, 모두가 들떠 있었다.


처음 보는 꽃을 마주할 때면 어김없이 드는 생각, 혹여 새로운 꽃이 아닐까 하는 설렘. 숨겨진 욕심이었을까. 손에 닿을 듯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눈송이처럼 하얀 꽃이 우아한 자태로 수면 위에 떠 있다.


우선 이름을 지어 보았다.

‘큰어리연꽃’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 꽃을 가까이에서 담으려면, 거머리가 가득한 못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보드라운 솜털 같은 눈꽃송이가 하늘을 향해 활짝 피어난다. 무더운 여름, 잎겨드랑이에서 꽃봉오리들이 차례를 지켜가며 조용히 꿈을 꾸고 있다. 때가 되면 꽃대를 쏘옥 밀어 올리고, 이윽고 시원한 얼음꽃이 더위를 식혀 준다.

어리연꽃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리연꽃, 애기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한때 ‘큰어리연꽃’이라 불렀던 이 꽃은 사실, 어리연꽃이었다.

노랑어리연꽃은 이름처럼 온통 노란빛을 띠고, 애기어리연꽃(좀어리연꽃)은 어리연꽃을 꼭 빼닮았지만 훨씬 작은 꽃을 피운다.

눈처럼 하얀 어리연꽃을 찬찬히 바라본다. 순백의 꽃잎 속, 은은하게 퍼지는 달빛 한 조각. 그 고요한 빛에 마음이 머문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나는 얼음꽃에 반해 버렸다. 어리연꽃이 펴낸 시원한 얼음꽃 속에서, 한여름 더위를 식혀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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