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나물
어느 여름날, 물레나물을 처음 마주했다. 가녀린 꽃잎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이 남았다.
그 꽃과의 짧은 만남은 또 하나의 기다림이 됐다. 그리고 다시, 물레나물이 피는 계절이 왔다.
활활 타오르듯 피어나는 물레나물을 다시 만나러 가야 할 때다. 눈여겨보았던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시덤불 틈새, 그 자리 그대로 물레나물이 곱게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연노란 꽃봉오리만이 조용히 나를 맞이한다.
마치, “조금만 더 기다려 줘.”
꽃봉오리는 그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아마도 3일 후면 황금빛 꽃잎을 활짝 펼치겠지.
그래, 3일 후 다시 오겠노라 약속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됐다. 하지만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그칠 줄 모르는 가느다란 빗줄기.
물레나물은 꽃이 피는 시간이 아주 짧다. 그러니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비를 맞으며 다시 찾은 그곳. 가시덤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황금빛 물레나물이 나를 반겼다.
꽃잎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불꽃처럼 더욱 뜨겁게 피어난다.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활활 타오르는 꽃술에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타버릴 듯하다.
뜨거움이 가득한 물레나물, 떠오르는 태양처럼 눈부시다. 다섯 장의 꽃잎은 물레처럼 한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아간다.
물레나물의 키는 약 1m.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오른다. 꽃이 피는 시간은 짧지만, 한 송이가 지면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짧은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단 한순간이라도 정열의 꽃으로 타오른다. 물레나물의 아름다움은 그 화려한 꽃술에 있다.
단 하루를 살아도, 그 하루를 온전히 불꽃처럼 태우며 살아가는 꽃.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물레나물꽃처럼, 단 하루를 살아도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