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피어나다

한라장구채

자그마한 하얀 꽃잎이 나풀거리며 춤추는 한라장구채가 떠올랐다.

그 모습이 보고 싶어, 한라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한라장구채는 오직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들꽃이다.

그 한 송이를 만나기 위해 숨을 고르며 천천히 산길을 올랐다.

한라장구채는 마치 장구를 치는 채를 닮아 장구채라 불린다.

같은 이름을 가진 꽃들이 있지만, 이 꽃만큼은 한라산의 품속에서만 피어난다.

갯장구채가 바다를 향해 푸른 물결 속에서 아름다움을 뽐낸다면,

한라장구채는 험한 벼랑 끝에서 홀로 서서 순수한 고독을 노래한다.

벼랑 틈 사이, 작은 몸을 낮춘 한라장구채가 보였다.

매서운 바람을 피하려 낮게 자라지만, 그 작은 몸짓 안에 강인한 생명이 깃들어 있다.

하얀 꽃잎이 안으로 말려 있는 모습이 꼭 곱슬머리 소녀처럼 깜찍하다.

꽃받침은 긴 원통 모양, 그리고 가느다란 수술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춤춘다.

그 모습이 마치 외로운 길을 걸어가는 한 사람처럼 애잔하면서도 아름답다.

벼랑 끝으로 뿌리를 내려, 무수한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조용히 피어난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지켜내야만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꽃.

벼랑 끝의 고요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피어난 한라장구채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것은 무서운 고독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아름다운 고독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꽃.

거센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꽃.

그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강인한 아름다움을 잊지 않는 한라장구채처럼

온 힘을 다해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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