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 그 조그마한 풀꽃이 내 유년 시절의 햇살 속에서 반짝이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잎도 꽃도 아름다운 이 풀꽃은 괭이밥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친숙한 존재다.
햇살이 드리운 풀밭 귀퉁이, 소박하게 자리 잡고 노랗게 피어난 괭이밥. 어린 시절, 소꿉놀이를 하며 이 작은 열매를 ‘오이’라 부르며, 장난 삼아 요리를 만들던 기억이 떠오른다. 한입 베어 물면 상큼한 신맛이 입안에 퍼지곤 했다.
괭이밥의 잎은 작고 동그란 하트 모양으로, 세 잎 클로버 잎과 비슷하다. 잎은 초록색과 자주색 두 종류이다. 햇살이 닿을 때면 반짝이며 반응하는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괭이밥의 종류도 다양하다. 선괭이밥, 큰괭이밥, 애기괭이밥. 그중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괭이밥은 노란 꽃을 피우며, 햇살 가득한 길섶에서 쉽게 자란다. 하지만 큰괭이밥과 애기괭이밥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높은 고도의 습한 숲 속, 그늘진 곳을 더 좋아한다. 큰괭이밥은 이름 그대로 괭이밥보다 크다. 꽃잎은 흰색이며, 그 위에 핏줄처럼 섬세한 선이 짙고 뚜렷하게 그어져 있다. 마치 한지에 붓으로 살며시 그린 듯한 고운 무늬가 있는 꽃. 한라산의 깊은 숲 속, 이끼 낀 바위 옆이나 습한 나무 아래에서 꽃잎을 숙인 채 수줍게 피어난다. 잎은 괭이밥과 비슷하나 칼로 자른듯한 느낌이 든다.
애기괭이밥은 그보다 작다. 그러나 괭이밥보다는 크니, 두 꽃 사이의 중간쯤 되는 크기라고 보면 된다. 순백의 꽃잎에 혈관처럼 연한 분홍빛 선이 그어져 있다. 잎은 괭이밥 잎과 비슷하며 큰괭이밥 잎보다 둥그스름하다. 마치 갓 내린 눈처럼 청아하다. 한라산의 숲길을 걷다 보면 그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은 풀꽃들이 봄을 맞이하는 방식은 실로 감동적이다.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며 견디고, 볕이 내리쬐면 오므렸던 꽃잎은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레 햇살을 품는다. 산정의 볕뉘를 머금은 큰괭이밥과 애기괭이밥의 꽃잎. 그 위로 산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가녀린 꽃잎 하나하나가 바람을 타고 조용히 흔들릴 때, 그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시와 같다.
풀꽃은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자연을 향한 강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 하트 모양의 잎을 지닌 괭이밥은 그 자체로 자연의 품 안에서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의 사랑스러움을 닮아 있다. 산길을 걷다가, 혹은 들판에서 이 풀꽃을 마주친다면, 한 번쯤은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된다.
괭이밥의 계절이 오고 있다. 볕이 머물고, 바람이 속삭이는 봄. 그 속에서 작고 여린 풀꽃들이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