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밑, 밭둑, 양지바른 빈터 어디에서든 소리 없이 피어나던 작은 꽃. 늘 곁에 있었건만, 그 소중함을 이제야 깨닫는다.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풀꽃이다. 때로는 그 존재조차 잊곤 한다. 하지만 개불알풀은 봄이 오기도 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사다. 그래서 ‘봄까치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도 불린다.
봄의 문턱에서 낮고 낮은 자리에서 하늘을 닮은 푸른 꽃잎을 펼치며 가장 먼저 봄을 부르는 꽃. 개불알풀 종류는 여러 갈래다. 큰개불알풀, 개불알풀, 눈개불알풀, 선개불알풀, 그리고 한라산 고지대에 자생하는 좀개불알풀까지.
이른 새벽, 까치들이 기쁜 소식을 전하듯, 봄까치꽃도 부지런히 창을 열어 맑은 봄빛을 비춘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아도, 잡초라 불려도, 묵묵히 피어나 봄이 왔다고 속삭인다.
조그만 네 장의 꽃잎을 펼쳐 하늘을 품고, 흘러가는 구름과 잔잔한 바다까지 담아낸다. 도란도란 모여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그 맑고 순수한 꽃에 망측한 이름이 붙었을까.
꽃이 지고 난 뒤, 씨앗이 맺힐 무렵이 되어서야 그 연유를 알게 된다. 양쪽으로 둥글게 열린 작은 열매, 그 중심을 가로지르는 깊은 홈. 그 모습 때문에 ‘개불알풀’이라 불리게 되었지만, 한자로는‘지금(地錦)'이라 하여, 북한에서는 ‘왕지금꼬리풀’이라 부른다.
봄은 희망이다. 완연한 봄, 풋풋한 바람, 분주해진 새들의 노래. 길가에 소박하게 피어난 봄까치꽃을 화분에 심어 창가에 두면, 조그만 꽃잎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화려하지 않아도, 자신을 뽐내지 않아도, 묵묵히 봄을 알리는 꽃.
그 작은 몸짓으로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