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가 날아와 이 산 저 산을 넘나들며 꿈결 속에 잠든 꽃들을 깨운다. 뻐꾹, 뻐꾹 어서 일어나라, 봄이 왔다고 노래한다. 그 노래에 화답하듯, 꽃들이 기지개를 켠다. 양팔을 활짝 벌리고 봄 하늘을 향해 피어나는 작은 백합화. 백의민족의 혼처럼 단아한 자태로, 순결한 마음으로, 햇살을 가슴 가득 품는다.
봄날의 오름 자락, 바람에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겸손히 엎드려 꽃의 세계를 열어가는 산자고. 낮은 자세로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그 작은 꽃잎 속에는 은은한 꿈결 같은 세계가 펼쳐진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흔들리며 하늘을 껴안는 순결한 야생화. 겨우내 깊이 참아온 기다림 끝에 마침내 부활하는 생명. 양지바른 풀밭에서 야무지게 뿌리를 내리고 순백의 혼불처럼 타오른다.
가느다란 잎 사이로 꽃대를 세우고 하늘을 향해 만세를 부르는 듯한 꽃. 바람에 나부끼는 무명옷 한 벌 걸치고 이 땅 위에 다시 태어난 산자고. 그 모습이 마치 눈물겹도록 뜨겁게 외쳤던 대한독립만세의 메아리 같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때로는 어깨를 맞대고 함께 피어나 이 산과 저 산, 우리 강산을 지키듯 서 있다. 그 모습 그대로, 우리는 이 땅을, 우리의 하늘과 바다를 지켜가고 있는 것일까. 겨우내 깊이 참아온 시간, 이제 따스한 햇살 속에 피어나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봄꽃들에게 조용히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