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셰필드 교환학생의 모험 Week 4

새로움이 일상이 되어가다

by 윤슬

12월이 되었지만 아직 내 일기는 10월에 머물러 있다. 최대한 현재 시간까지 따라잡으려고 시도했지만 잦은 여행과 게으름으로 4주 차를 지금 올리게 되었다.


글을 쓰고 있는 시점 곧 유럽으로 떠난다. 22일 동안 유럽 곳곳을 다닐 예정이다. 처음 해보는 장기 여정이라 떨리는 마음이 설레는 마음보다 크다.


여행을 다니면서 노트북을 들고 다니고 글을 쓰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한 달 뒤에 글을 올리게 될 것 같다. 글쓰기에 쉬는 순간이 있어도 그만두는 순간은 없기에 조금 늦더라도 계속해서 교환 일기를 쓸 생각이다.




2024.10.14. 월요일


새로운 한 주가 다시 돌아왔다. 월요일 1시 수업이 끝난 후 Western Bank Library에서 좋아하는 공원 풍경을 바라보며 일기를 부랴부랴 썼다. 이제는 나만의 장소, 나만의 루틴이 생겨 점점 영국에서의 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KakaoTalk_20241101_163023876.jpg?type=w1


이날 저녁에는 설레지만 살짝 떨리는 약속이 있었다. Y 님의 탠덤 짝꿍이 내 탠덤 Franky와 친한 사이라고 해서 4명이서 저녁 약속을 잡게 되었다. 원래는 한식당 Pocha를 가려고 했는데 월요일에 휴무라는 사실을 약속 2시간 전에 알게 되었다. 급하게 계획을 바꿔 일식당인 Let's Sushi에서 먹기로 했다. Y 님과 먼저 다이아몬드 도서관 앞에서 만나 같이 가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나와 기숙사 방에서 화장을 수정한 후 작은 가방을 든 채 나갔다. Y 님과 Let's Sushi 앞에서 Franky와 그녀의 친구를 기다리던 중, Let's Sushi가 두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가 Franky 쪽으로 가기로 했다.


Franky와 지난주 이후 많이 편해졌지만,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넷이서 함께 처음 만나다 보니 사회적인 자아가 뚝딱댔다. Franky와 친해졌듯이 Franky의 친구 Eli와도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었다. Eli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친구 같았다. 이야기하다 보니 그래도 어색했던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이 와중에 돈가스가 바삭하고 맛있어서 속으로 감탄하면서 먹었다. 다 먹을 때쯤 Franky가 말했다.


"Cookies!"


가게 바로 근처에 있는 Insomnia Cookies를 먹고 싶다고 해서 디저트로 각자 쿠키를 1개씩 먹었다. 이곳 쿠키는 흘러내릴 듯이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하나씩 다 도장 깨기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KakaoTalk_20241101_163023876_01.jpg?type=w1
KakaoTalk_20241101_163023876_02.jpg?type=w1


우리의 본 목적인 Korean Society 밤을 즐기기 위해 지난주 Society 행사가 있었던 같은 펍에 갔다. Franky가 Korean Society에 대한 애정이 컸다. 얼른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는지 시작 시간인 8시에 딱 맞춰서 가자고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깐 부끄러움을 타면서 쭈뼛거리는 것이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답답해 결국 나는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Korean Society가 맞냐고 물어봤다. 맞다고 하며 앉고 싶은 곳에 앉으면 된다고 했다. 젠가, 우노 보드게임과 제기차기를 탁자에 펼치더니 다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었다.


솔직히 말해서 Society가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녁마다 놀러 가서 아는 친구들끼리 술 마시면서 노는 친목 '현장'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동아리원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Korean과 관련해서 활동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물론 이곳에 온 사람들이 케이팝이나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동아리는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내 발로 계속 올 것 같지는 않다. 이번에는 Franky가 같이 가자고 해서 갔지만 말이다.


동아리에 대한 실망은 실망이지만, 이날 즐겁게 놀았다. 중간에 Franky 친구들하고 합류하면서 같이 젠가 게임을 했는데 Franky 친구들이 모두 활달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재미있었다. 가끔 Franky가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 너무 빠른 대화 속도에 무슨 내용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눈치껏 같이 허허 웃었다. 이곳에 1년은 살아야 영국 사람들의 유머 코드에 스며들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SE-9fb67e47-e4d4-41aa-ab3c-8af7870bd070.jpg?type=w1


내일은 또 아침 수업이 있어 Y 님과 함께 먼저 가겠다고 하며 인사를 했다. 사실 Korean Society에 대한 괴리감과 함께 한꺼번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기가 빨려 체력이 바닥난 것도 있다. Y 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같이 나가자고 했다.


그래도 이렇게 Y 님, Eli, Franky와 놀았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이곳 언어로는 'hang-out'한 것이다. 다음에도 넷이서 hang out 했으면 좋겠다.


2024.10.15. 화요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 화요일은 언제나 피곤함으로 시작한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수업을 들으러 나갔다. Media & Consumer lecture 수업을 듣자마자 Seminar 수업을 들으러 다른 건물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SE-39161590-f9e4-4511-add6-4ffcbfe61d89.jpg?type=w1


수업이 끝나고 J와 같이 브런치 카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외식을 할 생각에 설렜다. 아이패드 위에 떠 있는 시간을 수시로 확인하며 수업이 끝나기를 바랐다.


셰필드에서 먹는 첫 브런치. 영국에 와서는 스타벅스에서 마신 펌킨 스파이스 아이스 라테 말고는 아이스커피 음료를 안 마셨다. 의도적으로 안 마신 게 아니다. 그저 자연스레 따뜻한 커피가 당겼다.

SE-628afa11-07f0-429c-911c-58aafe3a28b6.jpg?type=w1


영국에 와서 빠진 브런치 메뉴다. 담백한 사워도우 빵 위에 아보카도를 바른 오픈 샌드위치. 이날은 아보카도와 야채의 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 평소 좋아하는 에그 베네딕트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J가 시킨 에그 베네딕트를 보며 생김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02.jpg?type=w1


식사는 다 한지 오래였다. 커피잔도 비워졌지만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마치 영국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처럼, 평소 친구들과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수다를 떨듯이 편안하게 J와 대화를 했다. 시간을 어느덧 보니 4시간이 지나 있었다. 남은 오후를 보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04.jpg?type=w1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헬스장에 가려고 했으나 배가 살짝 더부룩해 결국 가지 못했다. 어제부터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기분이 들었다. 운동을 할 컨디션이 아닐 때는 과감하게 안 간다. 방에서 쉬면서 저녁식사를 기다렸다. 이날은 Emily의 shared cooking day였다. Emily의 요리 솜씨는 훌륭하다. 무엇보다 매주 다른 음식을 요리해 줘서 방에서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할까?' 기대를 하고 공용 주방으로 가게 된다. 이번에는 오븐에 고기 파이를 구워 구운 감자와 옥수수를 곁들여 먹었다. 배가 조금 부른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맛있게 먹었다.


Emily와 Nicholas와 함께 먹는 식사 자리는 어색하지만 편안하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성격의 온도가 비슷하기 때문일까, 대화의 결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와서 또 다른 성격을 지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같다. '플랫 메이트'라는 관계는 나에게 '친구'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사이. 식사를 같이 하면서 그날 있었던 일, 여행 계획, 자신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Emily가 배구 시합이 뉴캐슬에 있어 자신이 운전을 맡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운전을 해봐서 긴장된다고 했다. 운전에 대한 주제로 각 나라마다 운전 시험이 어떤지, 나이 제한은 언제부터인지 공유했었다.


식사를 다 하고 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각자의 그릇을 설거지한 다음, 맛있었다고, 잘 먹었다고 말하며 'have a good evening'으로 끝맺음한다.


매일 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 익숙함이 배어들어가 나만의 '퍼펙트 데이'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2024.10.16. 수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루틴이 있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한 다음, 큰 물통 1개와 작은 물통 1개, 그리고 2L 물통을 들고 공동주방으로 간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스며든 주방에서 하루의 시작을 느낀다. 전자레인지 옆에 있는 전기포트에 물을 1L만큼 부은 뒤, 딸칵 버튼을 내린다. 물이 끓는 동안에는 물통을 재빨리 씻는다. 다 씻을 때쯤이면 포트에서 뜨거운 물이 준비되었다고 딸칵 소리를 낸다. 뜨거운 물을 큰 물통에 꼴꼴 부은 뒤 큰 물통에 들어 있는 물을 작은 물통이 찰 때까지 다시 붓는다. 하루 마실 1L 따뜻한 물이 완성되었다. 따뜻한 물을 마신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익숙함이 되어 귀찮다거나 번거롭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오히려 차가운 물이 낯설 정도이다.


따뜻한 물보다 오랫동안 배어든 익숙함은 운동이다. 주 4~5일 정도 운동을 꼭 하는 편이다. 친구들은 대단하다고, 친구들 사이 언어로 '갓생'이라고 칭하지만, 부끄럽게도 별다른 노력이 없다. 운동을 해야 몸의 피로감이 풀리고 활력이 생겨 안 할 수가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듯이, 하루 중 운동을 모두 마쳤을 때 행복하다. 내일의 더 나은 나를 위해 운동한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등 운동을 하기 위해 데드리프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근력 운동을 컨디션에 따라 30분~1시간 정도 한 뒤 유산소를 30분 진행하면 그날의 운동이 끝난다. 유산소를 모두 마치고 났을 때 느껴지는 몸의 열기는 헬스장 밖을 나와 추운 공기를 막아주는 무적의 방패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06.jpg?type=w1


냉장고 기본 재료들이 다 떨어져 마트로 향했다. 가을은 가을인 게 보였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무를 보며 작은 탄성을 질렀다. 길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 잎들은 가을의 발자국이 된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08.jpg?type=w1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09.jpg?type=w1


햇빛이 보이지 않는 대신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날씨를 밝혀줬다. 가을임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게 신나 장을 본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숙사에 돌아갔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10.jpg?type=w1


이때쯤 빠졌던 호밀 식빵을 꾸준히 먹고 있었다. 내 취향껏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혼자 사는 자의 특권이다. 나는 빵과 샐러드를 좋아한다. 빵도 고소한 맛이 나는 호밀빵을 좋아해 이곳에서 원 없이 먹고 있다. 다만 닭가슴살을 사서 삶아 먹고 있는데 크기가 매우 작아서 다음에는 다른 상품을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이곳에 와서 거의 매일 먹고 있는 뮤즐리와 귀리 우유의 조합은 한국에 가서도 꾸준히 먹을 예정이다. 맛있으면서 든든하고 그동안 내 고질병이었던 변비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항상 자극적인 음식을 갈망하고 살았는데, 입맛이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에서 샌드위치로 바뀌었다. 빵집에 들어가면 달달한 크림빵 대신 빵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맨 빵에 눈길이 간다. 물론 자극적인 음식이 당길 때도 있고, 먹었을 때 행복하다. 다만 '가장 좋아하는' 범위에서 벗어나 먹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SE-550f483b-6afa-424a-b4aa-55abc1c67f57.jpg?type=w1


이날 저녁 H와 셰필드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드디어 H와 셰필드에서 외식을 하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갔다.


H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H가 수업을 따라잡느라고 요즘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H가 열심히 하는 친구이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을 줬다. H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머릿속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정리하고 위로를 건넸다. 저마다 멘탈을 다잡는 방식이 있기에 내 해답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이런 오고 가는 대화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기를 바랐다.


저녁 식사는 맛있었다. 셰필드 학생이라면 꼭 먹는다는 케밥집 'Jimmy's Kitchen' 도장 깨기를 하러 갔다. 곧 생활비 입금 일이라 돈이 얼마 없어 케밥보다 싼 터키식 피자 'Kasarli Pide'를 먹었다. 맛있는 페퍼로니 피자 맛이었다. 늘 그렇듯 영국 식당들은 1인분이 크게 나왔고, 남은 조각을 포장하기 위해 포장 용기를 부탁했다. 기숙사에서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생겨 기분이 좋았다. 자취생의 소확행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14.jpg?type=w1


H와 내 방에서 에든버러 숙소랑 기차표를 예약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 당시에 빠진 Maryland 초코칩 쿠키랑 한창 정주행 하고 있던 Heartstopper 시즌 3을 보며 하루를 달콤 따뜻하게 마무리했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15.jpg?type=w1


2024.10.17. 목요일


수업이 없는 날에는 느지막이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빈 뒤 세수랑 양치를 하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뒹굴뒹굴하다가 보면 12시로 향해 있고, 무엇을 먹을지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는 상상을 한다. 빵과 뮤즐리는 거의 점심 고정 재료이다. 이날은 샐러드 대신, 냉장고에 하염없이 기다리는 야채들을 꺼내 털어서 굴 소스와 함께 볶아 먹기로 했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16.jpg?type=w1


창밖을 보니 하늘이 파랗고 하얀 구름들이 동동 떠 있었다. 러닝을 하기 딱 알맞은 날씨였다. 한국에서는 항상 뛰는 러닝 코스가 있었는데, 이곳은 생각보다 러닝 코스를 정하기가 어려웠다. 언덕길이 많기도 하고, 공원 안을 계속해서 달리기에는 길이 중간에 뚝 끊긴다. 그래도 발이 이끌리는 대로 달려 무언가로부터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달리다가 위를 보니 하늘과 나무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홀린 듯 사진을 찍었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17.jpg?type=w1


목요일 저녁은 Shared Cooking 당번이기에 이번 주는 바질 크림 파스타를 요리했다. 요리를 완성하는데 집중하느라 완성된 모습을 못 찍었다. 아쉬운 마음에 이날 Nicholas가 못 와서 락앤락 통에 담은 모습이라도 찍었다.

SE-3419ce4e-09ed-46ce-8b50-118aa3ad1ecb.jpg?type=w1


Tesco에 다양한 모양의 스파게티 면들이 있어 하나씩 시도해 보는 중이다. 조개 모양 스파게티 면은 처음 먹어봤는데 바질 크림소스가 면에 잘 배어들어 쫄깃한 식감과 잘 어우러졌다. Emily가 맛있다고 칭찬해 줘서 뿌듯했다. 앞으로도 Shared Cooking을 빌미 삼아 새로운 음식들을 도전해 보고 싶다.



2024.10.18. 금요일


어제 먹고 남은 바질 파스타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거의 항상 차려 놓은 음식을 찍는다. 이유는 크게 없다. 나중에 사진을 보면 이날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떠오르기도 하고, 매 끼니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것 같다.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강식당'을 틀어놓고 나만의 음식을 즐기는 순간은 언제나 편안하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21.jpg?type=w1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던 셰필드 시티 센터 도서관을 드디어 갔다. 항상 숙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하나씩 읽는 재미로 살았던 나는 영국에서도 학교 도서관을 애용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왔다. 기대와 달리 학교 도서관 안에는 소설책이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었다. 전공 책이 대부분이었기에 결국 셰필드 지역 도서관을 검색할 수밖에 없었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려 귀찮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다가 여유로운 금요일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가보는 길은 낯설기에 구글 지도를 계속 응시하면서 조심조심 걸었다. 멀리서 도서관 건물이 보였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22.jpg


도서관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눈이 반짝였다. 소설책들이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방방 뛰었다. 문학 냄새가 몰씬 났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24.jpg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23.jpg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25.jpg


어떤 책을 빌릴지 고민하다가 H가 추천해 준 Jojo Moyes 작가가 떠올라 이 사람이 쓴 최근 책을 빌렸다. 책을 빌리려고 보니 도서관 카드 발급이 필요해 도서관 사서를 통해서 카드까지 발급했다. 셰필드 주민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KakaoTalk_20241101_153148038_26.jpg?type=w1


기숙사 방에 돌아와서 책을 펼쳐서 읽었는데 기대가 컸던 탓일까, 내 집중력이 떨어진 탓일까, 생각보다 술술 읽히지 않았다. 다른 날에 다시 읽어보기로 기약하며 책을 덮었다. 다음 날 처음으로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여행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찍 잠들었다.


2024.10.19. 토요일


https://brunch.co.kr/@48328c1b40d54d6/21


2024.10.20. 일요일


여행 다음 날은 오롯이 혼자 지내면서 기운을 충전했다. 친구들이랑 추억을 쌓는 순간은 정말 행복하다. 그러나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는 순간 또한 행복하다. 두 개의 시공간이 적절히 어우러질 때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영국 마트 베이글을 먹었지만, 역시 통밀 맛이 입맛에 제일 맞았다. 빵은 고소해야 한다는 주관 때문에 앞으로도 통밀 빵을 사 먹어야지 다짐하지만, 아마 다음에 새로운 맛을 시도하고 싶은 호기심에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

SE-c354c756-dc05-4ab7-8b97-f6413764975f.jpg?type=w1


운동을 하고 난 후 밖을 나왔는데 하늘이 비현실적이었다. 평소에 보기 힘든 노을에 젖은 분홍빛 구름들. 그래도 영국 날씨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구나 안심하게 된다.

KakaoTalk_20241101_153434864_01.jpg?type=w1


영양성분을 엄격하게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근력 운동 후 단백질을 먹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다. 가장 만만하게 추가할 수 있는 단백질은 닭가슴살이다. 마트에 다녀온 지 오래된 시점, 이 주에는 냉장고 안을 계속 털었다.


근육이 튼튼해질 것만 같은 플라세보효과 덕분에, 운동 후 식사는 늘 달콤하다.

SE-d879dad4-b6d6-41de-9284-3d28001515f5.jpg?type=w1


공동 주방에 각자 서랍을 2개씩 가질 수 있는데, 요즘 내 서랍 속에 간식들이 차곡차곡 모이고 있다. 테스코나 마트만 들어가면 간식들을 하나씩 손에 쥐고 계산대에 가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랍 속 다양한 간식들을 모아두고 프라이마크에서 산 빨간 그릇 속에 그날 끌리는 간식을 담는다. 새로운 소확행이자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다. 종종걸음으로 방에 들어가, 이불속에 파묻힌 무릎을 받침대로 삼는다. 그 위 그릇을 놓고 넷플릭스를 보면, 하루의 마무리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KakaoTalk_20241101_153434864_03.jpg?type=w1


새로움이 일상이 된 교환 생활. 4주 차도 이렇게 흘러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셰필드 교환학생의 모험 Week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