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너머 우물은 어디로 갔나
사라져 간 돌담과 우물
태어날 때부터
나와 함께 보냈던
돌담!
돌담 넘어
이른 새벽부터
들려오던
옆집 아줌마들의
물 긷는 소리
가족들 아침밥
지으려고
물동이 이고
잰걸음으로
바삐 가는
발자국 소리
이맘때가 되면
초가집 지붕 위에
하얀 박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늦게 까지 피어있는
박꽃은 수줍은 듯
이슬을 머금다가
굴뚝에
피어오른 연기에
눈물 흘리며
꽃잎을 오므린다
이른 아침
눈 비비며
방문 열고 나서면
담장에 매달려
나를 반기던
예쁜 호박!
이제는
호박넝쿨 대신
예쁜 꽃들이
나를 반기고
담장 너머 애숙이네
초가집은
보이지 않고
현대식으로 지어진
예쁜 집들!
담장 너머 우물은
길바닥이 되어
흔적 없이 사라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