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 깃 국 먹고 싶어
시래 깃 국 마음 따뜻하게 하는 고향
이번 주 언니 집 김장하고 난 후에 다음 주 우리 집 김장이다.
유월부터 김장 때 사용할 마늘을 구입해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둔 언니 덕분에 얼마 전 껍질 까서 방앗간에서 빻은 후에 냉동실에서 보관 중이다. 태양초 고춧가루도 미리 준비해놓고 새우젓도 사다 놓았다.
교회에서 파는 멸치액젓만 구입하고 김치 담기 하루 전에 생새우만 구입하면 어지간히 김장 준비는 해놓은 것 같다. 육수 만들 동태 머리, 다시마, 굵은 멸치, 양파, 대파, 사과, 풀 쑤어서 넣을 찹쌀도 준비해 두었다.
절인 배추도 담기 하루 전에 도착하도록 미리 주문해 놓았다. 가족들이 모일수 있는 토요일 시집, 장가간 자녀들 불러서 담그고 난 후 생태탕과 김장하면 빠질 수 없는 돼지고기 수육, 생굴, 절인 배추에 같이 곁들어서 먹을 생각을 하니 미리 입맛이 짝 짝 다셔진다.
옛날에는 가을걷이를 마치고 김장철이 돌아오면 새 또랑 밭에서 배추, 무를 뽑아다가 다듬고 밤새 소금에 절여두었다. 배추는 채가 길지도 않고 팡팡하니 속이 노랗고 잎이 꼬실꼬실한게 달고 맛있다.
김장철에는 정자 또랑에서부터 아랫다리 또랑까지 배추를 절구는 모습, 또 옆에서는 씻어서 지게 발대에 지고 가는 사람들 바쁘기 그지없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루 종일 마당에 덕석 깔고 와상에 씻어서 건져놓은 배추가 물을 빼고 있는 사이에 깍두기도 썰고 파김치 담을 것도 준비하는 할머니, 어머니 손길은 바쁘기만 했다.
건너편에 살고 계신 삭동 아짐과 대평 할머니께서 일치감치 김장을 마치고 우리 집에 오셔서 바쁜 일손을 해년마다 도와주셨다. 간이 잘 배인 노란 배추 속잎을 쭉 찢어서 오랜만에 넉넉하게 볶아놓은 참깨에 찍어 먹으면 약간 짭쪼롭하니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었다.
김장이 끝나고 난 후에는 무 청 시래기를 짚으로 엮어서 뒤안 애숙이네 집 담벼락에 줄줄이 걸어놓았다
새파랗던 시래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과 햇빛과 추위에 적당이 얼었다가 마르기도 해서 누릿 누릿 변해갔다.
비닐하우스가 개발되기 전 옛 조상님들은 긴 긴 겨울철에 소박하게 된장 풀어서 시래기 국으로 비타민 C를 보충하셨다고 한다. 촌 아낙처럼 꾸미지도 않고 색깔도 화려하지 않은 겨울철 시래깃국은 사실 자연이 같이 어울러서 빚어낸 슬로 푸드 이기도 하다
된장도 일월에 장을 담가서 오십일 지나면 된장을 가르고 난 후 삼 개월이 지난 후에나 먹을 수 있다.
햇볕에 발효되어서 속이 노랗고 자작한 몇 년 된 묵은 된장 한 국자 퍼다가 시래기와 함께 무쳐놓고 쌀뜨물에 멸치 넣고 끓였다. 들깨와 참깨도 확독에 으득 으득 갈고 체에 걸러서 부은 다음 한번 더 푹 끓이면 겨울 보양식 시래깃국이 완성이 되었다.
늦잠 자고 밥도 먹지 못한 채 책가방을 챙기며 부산을 떨고 있을 때 어머니는 시래깃국에 밥 말아서 찬물이 담긴 양푼에 동동 띄워놓았다. 바삐 책가방을 들고 나서면 국이 어지간히 식었으니 한 술 뜨고 가라며 손짓하시면 마지못해 부삭앞에 앉아서 밥을 후적 후적 먹어치웠다. 한 시간 넘게 걸어서 학교 가는데 한 그릇 배불리 먹고 가면 든든해서 어지간한 추위도 춥지 않았다.
참깨는 토실토실하고 좋은 것은 참기름도 짜고 볶아서 갖가지 음식 양념으로 사용했다.
물에 뜬 참깨 쭉정이는 말려서 토란국, 시래깃국, 감잣국 끓일 때 들깨랑 같이 갈아서 사용하기도 했다
그때 먹었던 시래 깃 국을 맛보려고 요즘에도 나는 자주 끓여보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고깃국보다 맛있다며 우리 식구들은 자주 끓여낸 시래깃국을 마다하지 않고 잘 먹어주어서 고맙다.
요즘 한참 김장배추, 무가 재래시장에 나가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예쁘게 다듬어 놓은 하얀 무에 새파란 청이 달려 있는 다발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지만 무거워서 들고 오는 게 일이다. 얼마 전 천수무 두 다발을 주문해서 동치미 담그고 나머지 무청은 삶아서 냉동실에 얼려 놓았다.
국 끓이는 재료가 마땅치 않을 때 손쉽게 끓여 먹을 수 있는 시래기가 보관되어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다.
동치미도 담가놓은지 이주일이 다 되어가자 동치미 국물이 적당하게 발효되어서 톡 쏘는 게 사이다보다 더 시원하다. 아직 덜 익은 무도 꺼내서 채 썰어서 동치미 국물과 함께 먹으니 아삭아삭하니 맛이 기가 막히다.
가끔 너무 맛있는 것 먹을 때는 우수 개소리로 혓바닥이 같이 넘어가니 조심하라며 우리 부부는 함께 웃는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서 확독에 들깨나 참깨를 갈지 않아도 방앗간에서 미리 빻아놓은 가루를 구입해서 끓여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지 모른다.
남편은 동치미 무 채 썰어 놓으면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 저녁도 동치미 꺼내서 채 썰어 놓고 양념 장 만들어서 시래 국과 함께 마음 따뜻하게 하는 고향의 맛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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