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맛집으로 소문난 닭백숙집을방문했다.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벌써 줄을 서서 번호표를 뽑고 있었다. 녹두, 마늘, 대추 넣은 닭백숙에 놀짱놀짱하게 눌린 찹쌀 누룽지가 덮여 한 상 차려왔다.
누룽지가 죽처럼 퍼져 있어도쫀득쫀득한 식감이 고소했고, 거기다가작은 녹두가 입안에 퍼지면서 한층 맛이 더해졌다.
봄만 되면 우리 시어머니는 시장에서 갓 부화한 병아리를 사 오셨다 솜털같이 부드럽던 날개가 어느덧 쭈빗쭈빗 자라나 틈만 나면 부리로 상추밭을 헤쳐 놓기도 했다.
어머니께서는 꼭 아침, 점심으로 한 번씩 닭장에 가두었던 닭을 마당에 풀어놓았다.
작은 닭장에서 움직임이 부족한 닭들을 운동시키는 시간이었다. 이웃집에 마실 가셨다가 시간이 좀 늦으면 "아이고 어쩌끄나 닭장이 뜨근뜨근 해서 보타 죽게 생겼다" 하시며 닭장 문을 열어젖혔다.
자유 몸이 된 닭들은 쪼르르 샘가로 달려가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보고, 땅바닥 긁어대며 모이도 주워 먹고 여기저기 다니며 똥도 퍼질러 놓았다. 자기네들끼리 싸우다가 대문 밖으로 멋모르고 나간 닭은 이웃집 개에게 쫓겨서 꼬꼬댁 소리 지르며 적막했던 골목길을 깨우며 퍼드득 거리며 들어왔다. 두어 시간 정도 풀어놓았다가 다시 닭장에 가둘 때는 꾸꾸 꾸구 구구 부르며 모이를 닭장에 살살 뿌려주면 한 놈이 다름 질 치고 달려오면 너도 나도 앞 다투어 달려와서 스스로 닭장에 갇혀버렸다.
그리고 난 후에는 뜰방, 마당에 퍼질러 놓은 닭똥을 치우기 시작했다. 부지런하셔서 하루에 두 번씩 꼭 이 예식을 치르셨다.
늦은 봄, 햇살이 뉘엿뉘엿 지고 어느새 초 여름이 돌아오자 엉덩이에 살이 붙어 뒤뚱뒤뚱 걷는 닭들을 보면서,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이 모이는휴가 날수를 세고 계셨다.
성이 안 차시는지 모이를 한 줌 더 여기저기뿌리며닭들이 요즘 살이 안 오르고 삐쩍 말라간다고 걱정하셨다.
여름휴가 철이 되면 여기저기 흩어져 살았던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엉덩이에 살이 올라 팡파짐해진 닭들을 눈여겨보시다가 마침내 우리들의 밥상에 찹쌀과 마늘을 넣고 푹 고은 뽀얀 백숙이 여름철 휴가 보양식으로 올라왔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한 그릇씩 먹었다.
여름철 소낙비가 쫙 쫙 내리는 날이면 기와지붕에서 흘러내린 빗물받이 함석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받쳐놓은 양동이에 빗물이 하나 가득 차면 그동안 마루 밑에 쌓인 먼지를 몇 번이고 물을 퍼부어 씻어 내렸다. 간지대에 빗자루를 매달고서까래에 쳐진 거미줄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