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정해진 시간대에 일을 하다 보면
늘 비슷한 시간에 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면 입원복을 입고 계신 한 아주머니께서 일주일에 두어 번 큰 봉지를 들고 오시곤 하셨다.
더 기억에 남았던 건, 매번 오실 때마다 진열되어 있는 바나나우유, 초콜릿우유, 딸기우유를 전부 다 구매해 가시는 거였다. 계산을 하고 가져오신 봉지에 담아드리면 큰 봉지 두 개가 가득 차다 못해 넘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뵈고 나니 나와 아주머니는 서로 더 정겹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으며 마치 나의 엄마 친구처럼 편안하기도 했다.
늘 그렇듯 그날도 어김없이 진열되어 있는 우유를 담고 계셨고 때마침 한가했던 터라 함께 담소를 나누면서 도와드리게 되었다.
"어머니. 오늘도 역시 엄청 담으시네요. 사실 늘 궁금했어요.
매번 이렇게 많은 양을 사가시는 이유가 뭘까 하고요."
"궁금했지? 보통 이렇게 사가는 경우는 없으니 궁금하지"
"너무 궁금했어요. 같이 나눠드시는 거예요?"
"이거 다 간호사 들 거야. 10시 넘으면 간호사들이 교대하는데 종일 고생하고 퇴근하는 간호사들 꺼하고 이제 밤새 일해야 하는 간호사들 꺼하고 해서 부족하지 않게 두고두고 챙겨 먹으라고 사다 보니 이만큼이네.
입원해 있는 동안 매번 너무 고맙고 또 고생하는데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러셨구나. 이렇게 남을 챙기고 마음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어머니는 너무 따뜻한 분이시네요"
"에이 뭘. 나한테 해주는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어머니 덕분에 덩달아 마음이 훈훈합니다"
그렇게 봉지에 가득 담긴 우유들은 내가 들기에도 제법 무거웠는데 혼자 거뜬히 들고 갈 수 있다고 하시는 모습이 내심 마음에 걸려서 한 봉지씩 나눠든 채 우리는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나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고 있는 걸까
나는, 고마운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잊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을 감사히 여기는 어머니를 보면서 문득 많은 생각이 스쳐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