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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May 16. 2022

내가 화장하는 이유-先悦己,后悦人

나는 거의 매일 화장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해 다른 일정 없이 마트에 가서 장만 보는 날에도 화장을 꼭 하고 문을 나선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약속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외출해야 하는 날에 화장은 나에게 당연한 절차다. 세수하고 양치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간혹 마트에서 아는 엄마를 만날 때마다 '어디 가세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곤혹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아뇨, 그냥 장 보러 왔는데요!'라고 말한다.


물론 바쁜 날이나 귀찮은 날이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추리닝 차림으로 나설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짧은 외출에도 아이라이너까지 야무지게 그리고, 옷도 깔끔하게 갖춰 입으려고 한다. 이유는 하나다. 나 기분 좋아지라고. 나 예뻐지자고. 물론 이제는 화장을 해도 예쁜 옷을 입어도 눈길 주는 이 하나 없지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트의 에스컬레이터 거울에 살짝 비치는 내 모습을 볼 때, 화장한 내 얼굴이 좋다. 나름 괜찮다. 솔직히 화장해서 그나마 봐줄 정도라고 해야 할까?


남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자신을 위해서, 자기만족을 위해서다.


- 先悦己,后悦人

남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자신이 즐거운 게 늘 우선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나도 이목에 적잖이 신경 쓰는 사람이지만 유독 남의 시선이 신경이 쓰일 때면 늘 자신을 일깨운다.

나를 위해 살자. 내가 행복한 게 먼저다.라고.


흔히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다. 산후 우울증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을 때 기타를 배우고,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나 행복해지자고. 나 살자고.

그래서 오늘도 나는 화장을 한다. 아무 일도 없다. 아니지. 옆 단지 장터에 나가볼 생각이다. 곱게 화장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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