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2024 경주어반 페스타'를 다녀온 후 여러 스타일의 작가들과 교류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과연 어떤 그림 스타일이 좋은가?
멋진? 부드러운? 예쁜?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스타일?
나는 과연 어떤 스타일일까?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래픽디자이너로 생활해 온 나는 정확하고 반듯하게 그리는 것이
몸에 배어있었다.
좀 더 회화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던 터라 그동안의 깔끔한 스타일에서 벗어나고자 러프한 스타일로 변화를
시도했었고 은퇴 후 첫 삽을 어느 정도는 잘 시작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럭저럭 나름 만족스러웠다.
최근 들어 강의나 작가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부담으로 힘이 잔뜩 들어가는 그림의 결과물에
피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힘이 들어가는 그림은 그 속에 답답함이 들어있다. 운동이든 글이든 무엇이든 어깨의 힘이 빠져야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이어져 공감 형성도 잘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힘 빼는 작업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중요한 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잘해야지, 멋진 그림을 그려야지 하는 것을 버리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또한 그림에도 쉼도 필요하다.
비슷한 류의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면 잘될 때가 있기도 하지만 안될 때도 다반사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펜을 놓고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던지 아니면 다른 작가의 그림 감상을 하면서
쉬어가야 한다.
그래야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아야 즐겁게 그리지 않을까?
그것이 오래도록 나를 그림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