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보다 듣기가 더 중요
민원일기 : 민원인 천태만상 엿보기
내가 현재 근무하는 곳은 민원부서로 주로 면허발급, 가족관계 민원, 여권발급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부서는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여러 가지 업무를 보기 위해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내방하곤 한다.
외국인 관련업무와 관련하여 외국인이 올 때면 영어나 일본어를 잘하는 직원이 돋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관내에 SBS방송사가 있는 관계로 연예인이나 아나운서가 방문하기도 한다. TV에서만 보는 사람들을 실제로 보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다.
우리 부서는 특히 여권발급업무를 포함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여권발급자가 매우 적었고, 창구직원들은 매우 한가로웠다. 하지만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와 관련하여 일본 등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하자 폭발적으로 여권발급민원수가 급증하고 있다. 1층전체가 꽉 민원인 분들로 채워질 때도 있다.
가족관계 관련 업무와 관련하여서는 월요일과 수요일 법원에서 이혼결정을 받은 신 분들이 결정문을 발급받아 오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이혼신고를 하러 오신다. 같이 이혼하는 부부가 생활비 등 경제적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분들이 얼굴을 붉히기도 하지만, 쿨하게 웃으면서 손잡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민원담당 공무원의 업무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항상 동일하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노동자는 반복적으로 자기 자신의 원래의 감정을 감추고 무조건적인 친절을 표시해야 하는 매뉴얼화된 민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심리적 소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의 방문목적과 상황이 다르듯이, 성향에 따라 우리의 고객이라고 볼 수 있는 민원인 분들은 여러 가지 형태를 보여준다.
첫 번째 민원인의 형태는 무조건 큰소리부터 치시는 스타일이다. 일단 먼저 자신이 생각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조건 목소리부터 톤을 높이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주위에서 주목하여주는 것을 바라는 있다. 나의 배우자와 형태라고 생각된다.
이런 분들은 인정욕구가 매우 높기 때문에 조금만 인정해 드리면 말투가 금방 상냥해진다. 민원인분에 대하여 설명해드리기보다는 인정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응대하기가 쉬운 편이다.
처음에 부드러운 인상을 보인다고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된다. 온화한 말투를 했다가 돌변하시는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은 대체적으로 차분한 성격이기 때문에 자신이 불이익을 받은 사항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고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더 응대하기가 어렵다. 업무에 대한 숙지도도 높기 때문에 친절태도를 관장하는 감사실이나 부속실에 디렉트로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하거나 상급기관이나 관련기관, 청와대를 거론하면서 실제로 민원을 제기하여도 한다.
이런 처음에 부드럽다가 변하시는 민원인 분들은 뒤끝이 있기 때문에 뭔가 서운하게 있다면 큰일이다. 반드시 오해 없도록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반드시 민원의 요지나 불편한 사항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확한 핵심에 대하여 이야기가 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둘째, 해결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오는 민원인이다. 10년째 해결할 수 없는 같은 민원을 가지고 오시는 분도 있다. 이분들은 민원실에 대하여 너무나 익숙하고 거의 직원들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안다. 직원들들도 이 민원인들이 오는 이유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원인들은 문제해결보다도 민원담당공무원과 그냥 의사소통을 위한 말하러 오시는 분이 더 많다. 어쩌면 본인들 스스로 해결책을 다 갖고 계신다. 이분들은 직원들과도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직원에게 날을 세우시기도 한다.
셋째, 시설을 이용하러 오시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마련되어 있는 독서카페에서 책도 읽고 컴퓨터를 이용하시다가 무료로 5장이내지만 출력을 하시기도 한다. 갈곳이 마땅하지 않은 분들에게 큰 쉼터를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민원처리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민원처리를 위한 가장 큰 해결법은 잘 들어주는 것이다. 들어드리는 것만으로 거의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식으로 친근한 미소를 지으신다.
내년에는 어떤 민원인 분들을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정말 잊어서는 안 되다고 다짐하는 것이 바로 다음의 문구이다.
"문제해결보다 듣기가 더 중요하다!"
세월이 한 해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