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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Feb 17. 2022

당신의 목소리


시간도 묻어 둔 우주


검고 잠잠한 어둠 속


천천히 천천히 흘러다니다


사람의 별에 오게 된 건


당신이 나를 불렀으니까요





열 달을 웅크려


낯선 내가 되어가는 동안


내가 곧 만날 곳이 참으로 두려워도


당신의 목소리가 세상을 기대하게 하였습니다





내가 처음 만난 이 세상은


차갑고 딱딱하고 낯설어


크게 크게 울 수 밖에요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세상을 만날 용기를 내어 보게요





좋은 집을 바라지 않아요


멋진 당신을 바라지 않아요


나를 불렀던 목소리를 오래오래 듣고 싶은 거예요


그 목소리로 나를 안아 주세요


당신의 표정으로


웃음으로










아이를 낳고서 한동안,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 괜스레 눈물이 났습니다.


나 아니면 배를 채울 수도, 잠들 수도 없는 그 존재의 연약함이 너무나 무서웠고, 시리게 아팠습니다.


내가 아니면 심연의 어둠 속을 평화롭게 부유했을지 모르는, 순수한 한 영혼이


어쩌면 내 욕심으로 이 복잡하고 파란한 인간 세상에 내려 왔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에 상처받고, 삶에 지칠지도 모르고


어떤 날에는


눈 감는 것이 살아가는 것보다 좋았겠다, 마음 무겁고 괴로운 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 아이를 이 세상에 오게 할 자격이 있을까 자꾸만 자문했었습니다.




정인이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날들이었습니다.


시설에서 사람의 손길에 목말라하는 아가들을 계속 찾아보게 됐었습니다.


그 해맑고 순수한 눈망울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 잠 못 이루는 새벽에


종이를 펼치고 토해 놓았던 글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천 리를 내다본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향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인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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