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정도가 되자 당신에게는 약간의 육아 노하우들이 생겼습니다. 당신의 침대에 기대어 나를 가뿐하게 업을 수 있었고 나를 안고 달래면서 한 손으로 휴대폰을 만질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당신의 기분이 나아지는 것과는 별개인 듯 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등 위에서 가끔 창문 밖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당신이 고시원에서 보던 반짝이는 빛들은 이제 더는 볼 수 없었습니다. 담배 연기를 모락모락 풍기며 퉤 침을 뱉는 교복들, 몰래 쓰레기를 던져 놓고 가는 누군가의 으슥한 발걸음, 그리고 쓰레기를 뒤지는 길고양이. 나를 업고 창밖의 바라보는 당신의 슬픔이 어떤 것일까요. 나는 당신의 고통을 느꼈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의 등 위면 충분했습니다. 내가 자궁 속에서 들었던 숨소리, 자궁 속에서 맡았던 당신의 냄새,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곳이 당신의 등이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등 위에서 당신의 한숨을 들었고, 가끔은 자장가를 들었습니다. 자장가는 조금 나오다가 금방 눈물이 묻어나곤 해서, 나도 괜히 슬퍼졌습니다.
당신은 이불 속에서 내가 자궁 속에서 있었던 모습 그대로 자주 울었습니다.
하루 종일 창 밖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날. 창문 한 번도 열지 못하고, 먹을 것이 떨어졌지만 나를 안고 사러 나가지도 못했던 어느 날. 끊어질 듯한 통증이 당신의 배에 몰아 쳤습니다. 당신은 몸을 모로 말고 데굴데굴 굴렀고 나는 배가 고프고 무서워 서럽게 울어댈 뿐이었습니다. 고통이 지나간 이후 당신은 그대로 엎드려 흐득흐득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에 내 몸뚱이 하나여서 오히려 가뿐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건강한 몸뚱이 하나로 부서져라 일하면 이 세상이 별 거야? 우습고 만만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피붙이가 생겼는데 당신은 너무 외로워졌습니다. 당신이 아파도 대신 나를 돌봐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기저귀가 떨어져도 사다 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보고 싶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다리로 평생을 고생하다 생을 마감한 당신의 할머니. 재혼한 딸을 대신해 여든 나이에 손녀를 맡아 키웠던 분이었습니다. 당신의 배를 어룸어룸 어루만져주던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손이 미치도록 그리웠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지독한 슬픔 한 편 비로소 어떤 짐도 없이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홀가분하기도 했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