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당신의 목소리 (최종)

by 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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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당신은 평소보다 더 많은 술을 마셨습니다. 내가 50일 즈음 겨우 맥주 한 잔에 발개지던 당신이 소주 한 병을 그 자리에서 다 들이켰습니다. 그 뒤로 당신은 깨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나도 어제부터 먹을 것을 먹지 못해 울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울다가 겨우 칭얼대다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당신과 함께 내가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말하겠지요. 미혼모가 책임감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르다 우울증에 걸려 본인과 아이를 위험에 빠트렸다고. 나는 당신이 그런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조롱하게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떤 것이 잘못이라고 말할 능력은 저에게는 없습니다. 이 모자란 글이 당신을 비난하게 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그리고 나를 당신이 이 세상에 내려 놓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나의 손을 잡고 행복한 얼굴로 울던 당신을 말입니다.



당신, 스스로를 원망하지 말아요.

나를 포기하지 않았잖아요. 나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 주었고,

당신의 가슴에 내 얼굴을 묻어 주었고, 내 첫 움직임에 감동의 눈물을 흘려 주었잖아요.

누군가 있었다면, 당신을 도와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나의 모든 것, 나의 빛, 나의 우주.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당신.

사랑해요, 나의 엄마.


당신이 나를 오게 했지요,

나를 불러 주어 고마워요.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내 엉덩이에는 제때 갈지 못한 기저귀가 무겁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윗도리에는 내가 어제 토한 우유와 당신이 방금 게워낸 것들이 말라붙어 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안겨 있을 때면 당신의 젖가슴을 찾아 목부분을 끌어당기곤 했던, 그래서 다 늘어나고 볼품없는 당신의 옷.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해 핏기 없는 얼굴, 얼굴 위로 어지럽게 늘어뜨려진 당신의 머리카락. 내가 잡으면 아아-하고 힘없이 웃었던. 나는 한참동안 갈지 못해 축 늘어진 기저귀를 매단 채, 온 힘을 다해 당신을 향해 기어 갑니다. 당신의 얼굴을 만져 봅니다.


눈을, 눈을 떴으면 좋겠다.

손을 내밀어 당신의 얼굴을 휘적휘적 건드려 봅니다.

그 때.


엄-마, 엄마?



……내가 한 말인가요?


아! 태어난 지 10개월. 엄마를 말할 때가 왔던가 봅니다.

이제 당신과의 기억은 무연히 지워져 가겠지요. 당신의 부름으로 씨앗이 되던 날,

내가 자궁 안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숨죽여 듣던 기억. 시린 빛과 함께 보았던 당신의 얼굴도.


당신이 부스스 눈을 뜹니다.


온 힘을 다해 다시 불러봅니다. 엄-마.

당신이 나를 불렀듯, 나도 당신을 불러 봅니다.


당신의 눈에 굵은 눈물이 흐르는 것을 봅니다.

당신의 볼에 내 얼굴을 갖다 대어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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