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예 Oct 21. 2022

바다, 오늘


바다에 오니 아이들의 목소리가 느릿느릿 들려온다.


엄 마 아, 형 아 아 가 아

ㅡ엄 마 아, 예 에 쁜 돌 이 야 아


음절 하나하나가 귀에 박힌 듯 선명하게 자국을 남기는 것이 신기해서 눈을 감았더니

파도 소리도 그렇게 들린다.

파도 소리에 아이들 소리가 속도를 맞추는 것인가 보다 생각했다.


언젠가 저 아이들이 컸을 때,

오늘 이 날을 기억해줄까

갑자기 쓸쓸한 마음이 일었다.


바다 위로 한 무리의 갈매기들이

고운 날갯짓을 하며 지나간다.


모래 자국에 선명하게 남겨지는 아이들 발자국처럼

파도가, 새들이, 이 바다가

오늘을 기억해 줄 것이라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니 아주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도 같다.








이곳에 오면

너의 목소리가 공기 중에 좀 더 오래 머문다


파도를 만난 까닭이다


깊은 바다에서 끓어 올라

햇빛 한 뼘 살닿고 더운 바람 쉬느라

아쉬움에 떨며 천천히 스러지는 파도소리와

속도를 맞추는 것이다


모래 위에 남겨지는 너의 발자욱처럼

모든 순간이 꼭꼭 눌러 새겨진다


멀리 날으는 새들도

더뎌지는 날갯짓에

반짝이는 은물결을 뿌려놓고 갔다


분명 새들은, 파도는

기억할 것이다.


여기 바다, 오늘을



- 2021. 10 <바다>




이전 13화 세 번의 육아휴직 (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