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낮았던 초등학교 시절, 난 거짓말을 곧잘 했다. 자주 했던 거짓말이 아빠를 다정한 인격체로 설정하는 것, 집에 침대가 있다는 것, 멀쩡한 남동생을 오빠로 둔갑시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귀엽고도 가련했던 그 소녀. 행복하고 화목한 집에 공주 같은 막내딸이 하고 싶었나 보다.
우리 딸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그리고 외모는 공주와 거리가 멀지언정) 내가 바라던 것을 모두 갖고 태어난 것만 같다. 다정한 아빠와 침대 있는 집, 그리고 여동생을 너무 사랑하는 오빠. 얼마 전에 가족 동영상을 만드는데 남매의 다정한 눈빛이 얼마나 서로 애절한지, 배경음악까지 넣어 놓으니 이건 뭐 흡사 사랑노래의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이었다.
둘째가 질투도 많고 욕심도 많아 셋째를 가졌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동생 얼굴 할퀴고, 질투하면 어쩌나 하고. 더군다나 집안에 유일한 딸이라 사랑을 많이 뺏길 텐데 괜찮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나의 걱정을 불식시켜준 우리 고마운 둘째, 시우.
시우를 보고 있으면 내가 어릴 때 동생을 질투만 하고 제대로 누나 노릇 한 번 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고 너무 미안하다. 이렇게 스위트 한 오빠가 있는 것도 부럽지만, 동생을 마음껏 사랑해줄 수 있는 시우의 넉넉하고 편안한 마음이 정말 부럽다. 이것은 엄마로서의 '나'가 아닌, 내가 요즘 가끔 쓰고 있는 나의 성장 소설 속 소녀 (나의 열 살 버전)의 부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