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시
호상(好喪)
농부가 늙고 병들면
손때 묻은 연장들도 이빨이 빠지고
때맞추어 생년월일 짝수 연도에
신체검사 통보받을 때
굶고 오라는 보건소 엽서 1통 이
문풍지에 말라 붙어 여러 해 통보해도
외면하니. 큰기침 소리는 해수병으로
수십 년 가난과 슬픔 들은
담뱃대 두 다리로 곱게 뻗어
잘 살고 못 살고 끝없이 숨을 쉬는 동안
인고의 삶 터는 자연이 준 천성 하나
내 심성 굳은살은 오그라든다.
밤마다 머리맡에 신주처럼 모신
요강단지 뚜껑 소리
한세월 회한에 젖어버린 사랑도
애련하지만
한동안 대청마루에 잠자고 있던
퇴색된 밀짚모자 속에
그동안 방바닥에 떨어진
눈물 자국이 숨어들었다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툇마루 기둥에 생선 묶어두었던
새끼줄에 비린내를 핥다 먹고
소 여물통 끌고 다녀야 할
후계자 없는 삶
이젠 할 이도 없고 나눌 이도 없다며
졸음에 취한 듯 뿌연 눈까풀로
마을 둘레길 왔다가 갔다가 하지만
상여(喪輿) 질 할 사람은
노인정에 병든 노인들밖에 없는데
뒷동산 중턱에 포클레인으로
구덩이 파놓은 곳에
사박사박 밝히는 흙이
나을 보고 호상(好喪)이라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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