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시
왕비천(王避川)연어
강은 텅 비어 있었다. 멀고 험한
바다로 나가 북해도 수역을 거쳐
베링 해와 북태평양에서 성장하고
울진을 넘어 선 연어는 뱃속에
담아온 짠내 나는 새끼들과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엄마의 젖 냄새가 묻어 있는
왕피천으로
강물을 썪어 꽃잠 든 알들을
간밤에 깨우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공유하는 사랑 만들어
미세한 진통을 견디다가
거친 물살을 파드락 거리며
혜쳐 나가 수심이 얕은
여울 가장자리를 찾아
모래알 속 자갈을 들추고 부르르 떨며
오미자 빛 붉은 알을 다 쏱아 내고
처절한 몸부림으로
천수(天壽) 3년을 다한 암컷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충혈 된
눈꼬리의 자극으로
오르가즘(orgasme) 의 강도를
느끼는 신호로 미완의 생명의 성수
유윳빛 정자를 방사하는 수컷
이 모두 혼(魂)이 머무는곳
강은 멈춰 있지 않고
마지막 여정 앞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 잠시 목상을 하다가
물길 따라 떠나는 쉼 없이
동해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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