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수필
쇠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진 어떤 노인의 이야기
도심 한복판, 신호등 옆 버려진 의자
위에 앉은 노인을 본 건 작년 겨울이
었다.갈라진 손등. 마른 콧등, 낡은
모직 코트 틈으로 스며드는 한기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빛도 아니었다.
마치 거리와 함께 늙어가는 풍경 그
자체였다.
며칠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때론 햇볕 아래, 때론 비에
젖은 채로. 사람들은 말없이 그를 지나
쳤고, 가끔은 이렇게 수군거렸다.
“또 한 명의 노숙인이겠지.”
“가족도,
갈 곳도 없는 사람이겠지.”
무심한 추측만이 오갔고, 어떤
대화도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그 노인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다.그 눈빛엔 뭔가
오래된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도.
말 못 할 서사(敍事)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에게도 이름이 있었을 것이다.
지우고 싶은 상처도,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찬란했던
순간들도.
젊은 날의 노동, 가족의 웃음소리,
그리고 언젠가 아주 멀리 떠나간
사랑의 잔상까지.
나는 용기 내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춥지 않으세요?”
노인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수많은
말 들이 들려오는 듯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너무 쉽게
‘쇠약한 노인’,
‘쓸모없는 사람’이라 단정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누구보다도 길고
깊은 삶이라는 서사(敍事)를 살아온
존재들이다.
한 사람이 늙는다는 건
단지 시간이 흐른 게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이고, 사라지고,
또 되새겨지는 일이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노인을 다시 보지 못했다
어느 날, 그 자리는 감쪽같이 비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날 때면 문득 걸음을 멈춘다.
누군가의 삶의 페이지가 그곳에
오래 도록 앉아 있었던 것만 같아서
아직도 나는 생각한다.
그 노인의 이야기,
그가 살아온 장면 하나하나가
그저 ‘쇠약하다’는 이유 만으로
버림받을 수는 없는 존엄한
삶의 서사였음을.~~~
그렇게,
쇠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진 사람이란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되기를,
나는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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